21세기 들어 미국정치에 있어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사실들 가운데 하나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민주당을 견인해 왔다는 것이다. 2008년 정치 신인이었던 흑인 버락 오바마의 역사적인 백악관 입성을 가능케 했던 것은 밀레니얼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결과적으로 선거승리로까지 결실을 맺는 데는 실패했지만 전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2016년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 열기 또한 젊은 유권자들의 열렬한 참여와 호응이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역대급 박빙 승부를 펼친 2020년 대선의 민주당 승리 역시 젊은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참여가 이끌어낸 결과였다. 대학생들은 캠퍼스 잔디 위에 폰뱅크를 설치하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참여 독려 캠페인을 벌였으며, 트럼프의 팬데믹 대처와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에 절망한 젊은이들은 이에 적극 동참했다. 특히 이들의 표는 최종적으로 대선 승부를 가른 조지아 주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바이든 진영의 캠페인 모토는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간다”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뜨거움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당을 향한 젊은 표심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으며 이것은 민주당과 바이든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연령대의 대선후보 지지도를 보면 아직은 바이든이 앞서 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의 투표참여 의사이다. 올 가을 대선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Z세대 유권자 비율은 49%에 불과하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됐던 같은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57%였다. 표심이 아주 미지근하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젊은 여성들은 갈수록 진보적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반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34세 여성들의 민주당 지지 비율은 2012년에서 2023년 사이에 5%포인트 더 늘어난 반면 같은 연령대 남성들은 오히려 5%포인트가 줄어들었다. 특히 블루칼라 계층 젊은 남성들에게서 탈 민주당 추세가 두드러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확실하다. 이들의 경제적 소외감과 좌절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로 모든 미국인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특히 젊은층의 삶은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질 가능성이 높은 세대로 평가된다. 그러니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로 지지를 바꾸거나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젊은 유권자들이 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선을 단 4개월 앞둔 현재 민주당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이든의 고령 이슈이다. 그는 지난 27일 열린 첫 TV 대선토론에서 완패했다는 혹평을 받으면서 고령 이슈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많은 유권자들, 특히 젊은이들은 바이든의 이미지를 공식적인 이벤트를 통해 접하기보다는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혹은 틱톡 같은 매체들에 나도는 영상들을 통해 소비해 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그가 실수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선후보 토론회는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는 이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지금이라도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후보교체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바이든 자신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시간적으로도 촉박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두 가지이다. 계속 바이든으로 대선을 치러야 할 경우라면 현재 예정된 횟수보다 더 많은 토론을 역으로 제안하는 승부수를 적극 고려해 봐야 한다. 토론에서 잃은 점수는 토론을 통해 만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결단으로 후보를 바꿀 수 있게 된다면 더 선명한 진보적 캐릭터와 아젠다로 젊은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갭을 줄여나갈 수 있는, 그래서 이들의 표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을 대체 후보로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어떤 길을 가게 되든 1차 대선토론의 참패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민주당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패배에 직면해 있다는 절박감으로 전략을 세우고 뛰어야 한다. 미국정치의 판세는 젊은 유권자들을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년층 같은 경우 지지성향과 투표율이 사실상 상수가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떻게 다시 불을 지필 것인가에 올 가을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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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