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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인에게 필요한 것

2024-12-25 (수)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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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면 2025년 새해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할러데이 시즌, 또다시 몸과 마음이 분주한 가운데 올해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앞으로 몇 번 더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게 될까? 방정맞은 생각이 아니라 현실적인 걱정이다. 수명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노년의 삶은 정체되고 건강은 계속 나빠질 것이니….

사람의 수명은 지난 10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20세기 초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47세였는데 오늘날은 78세, 수질위생이 개선되고 항생제가 발견된 후 크게 늘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의학의 발달로 21세기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절반이나 100세까지 장수한다는 것이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60년 미국에서는 85세 이상 인구가 현재에 비해 세배로 증가하고, 100세 노인은 50만 명에 달하게 된다. 그때쯤 전 세계에는 370만명의 센테네리언(centenarian)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유엔은 예측한다.


그렇다면 인간 수명은 계속 늘어날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이야기다. 성경 창세기 6장에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라는 구절대로 120년 정도가 최대치라는 것이다.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1875~1997)으로 만 122세 5개월14일에 사망했다. 그런데 그 기록은 27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인류의 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났는데 말이다.

현재 세계 최고령자는 일본의 토미코 이투카(1908~)로 116세 7개월을 지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150살까지도 내다보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치는 115~120살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메디케어와 연금을 받는 ‘공식 노인’이 되고 난 후에도 50년을 더 산다? 아니, 많이 줄여서 30년을 더 산다고 해도 이거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주위에서 80~90대 노인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활기찬 삶보다는 질병과 노쇠로 여러 병원을 오가며 매일 한 움큼의 약을 먹어야하는 ‘목숨부지’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노후 라이프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행복특강 시리즈로 유명한 황창연 신부는 이 문제에 관한 속 시원한 이야기들로 중장년과 노년층에서 인기가 높다. 유튜브에 올라있는 수많은 황 신부의 강의들은 일단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듣게 되는데,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노년을 더 풍요롭게 보낼 수 있는 가치관의 변화를 촉구한다. 황 신부의 강의는 너무 많고 메시지도 다양하지만 노인관련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현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인들이 ‘안 죽는 것’이다. 아파서 쓰러져도 병원에서 어떻게든 살려낸다. 그렇게 부모가 너무 오래 사니 자식들은 효도할 수가 없다. 과거에 효자가 많았던 이유는 조선시대 평균수명이 46세였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늙기도 전에 죽었고, 그 아쉬움에 자식들이 3년 상을 치렀던 것이다.

그런데 110살까지 산다고 생각해보라. 돈이 없으면 50년 넘게 자녀에게 짐이 돼야하는데 어느 자식이 그런 부모에게 끝까지 효도할 수 있을까? 그러니 자식에게 기대해서는 안 되고, 돈을 자녀에게 물려주지도 말고, 은퇴자금 가지고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야한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미래를 위해 아끼고 저축하며 살았다. 이제 자식들은 다 떠났고, 지금이 바로 그 미래다. 그만 희생하고, 먹고 싶은거 먹고, 하고 싶었던 여행 실컷 다녀라. 돈 없으면 집 잡혀서라도 다녀라.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 하지 말고.

그러려면 건강해야하니 해만 뜨면 무조건 집을 나서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닐 수 있는 곳은 모두 쫓아다닌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돌아다닌다. 버스든 기차든 배든 비행기든 내 차든 타고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죽는 것이 제일 행복한 인생이다. 마지막까지 내 발로 화장실 갈 수 있는 것이 자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100세 시대 노인에게는 죽을 때까지 계획이 있어야한다. 애들한테 “너 커서 뭐가 될래?” 물을게 아니라 “나 늙어서 뭐가 될까?”를 생각해야한다. 마지막까지 독립적으로 잘 살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노인학교에서 재산 관리하는 법, 건강 관리하는 법, 자녀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는 법, 이메일이나 앱 다운로드 하기, 카메라 셀카 찍는 법, 젤이나 벤모로 돈 보내는 방법 등을 배워야한다.

황 신부의 강의에서 가장 좋았던 말은 ‘나에게 잘해주라’는 메시지였다.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남편이나 자식이 해주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그러다 받지 못하면 속상해하고 원망하는데, 왜 내가 원하는 것을 남이 해주기를 바라는가? 내가 원하면 내가 나에게 해주면 된다. 맛있는거 먹고 싶으면 내가 나한테 사주고, 예쁜 옷 입고 싶으면 내가 사 입으며 나 자신에게 잘해주자.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남도 배려할 수 있다. 얼마나 쿨한 메시지인가. 2025년의 좌우명으로 삼을테다. 해피 뉴이어!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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