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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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맥강

2024-06-30 (일) 이진경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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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날에는 강으로 간다
웨스트버지니아 산 속 옹달샘에서
출발한
강은
대서양으로 내려가는 길에
내가 사는 마을을 들렀다 간다

막막할 때마다
나는 강으로 가서
내 깊고 푸른 고독과 슬픔을 씻어낸다
그러면
안개비가 내리고
나는 안개 속에서 슬픔을 비우는 질그릇이 된다

슬픔은 망망한 바다로 가서 사라진다
오대산 옹달샘에서 시작한 한강에
남아있는 내 처녀시절의 꿈을 바다로 실어내는
물결을 나는 바라보기 좋아했다
이제 여기에서 바다로 떠나보내는 내 슬픔은
거기 어디에서 태평양에서 올라온 꿈을 만나 하늘로 오른다


슬픔은
낮은 곳으로 가서
하늘로 오르는 사실을
나는
포토맥 강에서 알게 되었다
젊은 날의 꿈을 만나서

나는 두개의 강에서 산다
울적하고 막막한 날에는
언제나

<이진경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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