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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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몸짓

2024-06-16 (일) 이중길 은퇴의사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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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장미의 침묵을
한 줄기 바람이 흔들고 있다
모네의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듯
꽃들에게 흥얼거리며 쳐다보고 있다

그들에게 마음을 건네주면
초록빛 입술을 내밀어 관능의 모습으로
푸른 하늘을 품고 있는 여인이
꽃 속에서 쳐다보고 있겠지

땅속의 보석을 캐내어 이슬과 햇빛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여인
처음엔 오월의 열기를 받고
여린 잎 사이 작은 몸짓으로 태어난 것을


산들 바람에 몸을 키우는
붉고 작은 꽃봉오리 속에서
하얀 안개를 껴안고 한 잎 두 잎 속에
세상의 꿈을 품을 때도 있겠지

따뜻한 햇빛을 품고 향기를 뿜어내면
모든 꽃벌들이 넘나드는 때
마음에 다가오는 상대를 찾아
뜨거운 입술을 허락할 수 있는 나이

아름다운 사랑을 품을 때가 되면
유월의 태양 아래 꽃잎이 터지듯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
그것이 행복인 것을 알아야 할 나이

그 얼굴이 변하여 검은 반점이 보일 때
찬바람의 손길을 피해가는 꽃대는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땅속으로 휘어져 들어갈 나이

누군가를 잊지 못해 흩어져가는
장미의 저 몸짓은
여인의 일생과 같은 것일까

<이중길 은퇴의사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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