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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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분과 어려운 분

2024-05-15 (수) 박보명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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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홀로 있다가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돌보는 도우미가 고백한 글을 읽은 일이 있다. 인생을 마무리 하기 위하여 주변 정리를 간단히 하는 분과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갖가지를 챙겨서 나중에 그것을 정리하며 고생하는 일을 가리켜서 전자를 고마운 분이라고 하고 후자를 어려운 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평소에 언제 올지 모르는 이별 여행을 위해 준비하는 것도 사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면 과연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분으로 인식되고 살아 가고 있는 중일까 자문해 본다.

호찌민 베트남 주석은 3꿍 정신으로 살다가 인생을 마친 훌륭한 지도자로 추앙 받는 분이란다. 즉 함께 산다(꿍아) 함께 먹는다(꿍안) 함께 일한다(꿍땀). 우리 현실과는 반대로 산 사람이 분명한데 무엇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어려운 분이 있기에 고마운 분이 드러나고 어려운 고비가 있기에 그럴 바탕으로 이겨냈다면 얼마나 대견하고 의미있는 고통이었을까 되돌아 보는 희열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인문계보다는 이공계가 취직이 잘 되고 잘 나가는 시대에 철학이나 인생관 역사의식이 밥 먹여주나 하는 시대에 다시금 곰곰이 반추할 문제다. ‘함께 산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생존 경쟁시대에 반장이나 학생 회장을 안 하려는 풍조는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살면서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고운정 미운 정이 드는 것은 비빔밥을 통해 우리는 잘 아는 음식 문화가 아니랴!‘함께 먹는다' 핵 가족으로 싱글이 넘치는 시대 혼밥(혼자 먹는 밥)이 자랑인지 유행인지는 몰라도 예전에는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수인사가 절절 했는데 지금은 무엇이 바쁜지 ‘그래 별일 없지 한 번 만나자'로 거두절미 그것도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만 보내는 것으로 일년이 훌쩍지내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뜬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함께 일한다' 언제 잘릴 지 모르면서 앞만 보고 달리고 후진할 세 없이 옆 돌려 볼 짬 없이 가고 가다가 덜렁 퇴출 통지를 받고 백수가 된 후에 할 일 없이 거리를 헤매며 혼자 속으로 ‘그래도 같이 열심히 일할 때가 좋았지!' 하는 독백을 하는 경우는 서글픈 인생 후반전들의 실상이 아니던가 유행가 가사가 의미있게 다가 온다.

인생은 미완성 / 쓰다 마는 편지 /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 가야해
그래도 우리는 어려운 분보다는 고마운 분으로 기억되는 것이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다. 생로병사의 고리를 벗을 수 없다면 갈 때 홀가분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가장 평안한 마음으로 ‘나 먼저 간다' 하고 웃으며 생을 하직하는 바램이 우리들의 작은 소망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보고 듣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좋은 분. 왠지 싫은 분, 인상을 쓰는 분, 인사를 안 하는 분, 무뚝뚝한 분, 상냥한 분, 거만한 분, 겸손한 분. 상냥한 분, 인자한 분, 쌀쌀한 분, 다정다감한 분, 잘난 체 하는 분, 도도한 분, 성질 급한 분, 행동이 느린 분, 깔끔을 떠는 분, 자랑이 심한 분, 수다가 심한 분, 나서기를 좋아하는 분, 불평을 일삼는 분,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분, 자존심이 강한 분, 고집이 심한 분이 너무나 많다.

<박보명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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