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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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이야기

2024-05-02 (목)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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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배우자는 내가 마트 갈 때 항상 따라온다. 엄마 따라온 아이가 이 때다 하고 막 집듯이, 내가 마트를 가면 따라와서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카트에 마구 집어넣는다. 계산대에 올려놓는데, 별별 식품이 다 있다. 붕어 싸만코, 호빵, 충무산 냉동 멍게 등이 어느새 내 눈을 피해 계산대에 올라와 있다.

그 식품 중에 진공 포장된 꼬막이 있다. 냉장고에 넣고 계속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면서 갑자기 말을 건다.
▲배우자: 이거에 뿌릴 저거 만들어야 하는데.
양념장을 만들어 달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긴했지만, 말을 정확하게 하라고 지적했다.
▲나: 내가 말했지. 대명사는 앞의 명사를 한 번 사용하고, 그 명사 대신에 쓰는 거라고. 도대체 이거는 뭐고 저거는 뭐야?

오늘도 냉장고 문을 열고 말을 한다. 나의 눈 좌우 180도 정도가 가시권으로 보여서 배우자가 들고 있는 것이 꼬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배우자: 이거에 저거 필요한대.
▲나: 아, 진짜 똑바로 말하라니까, 뭐가 필요하냐고?
▲배우자: (갑자기)새우.
▲나: 잉? 지금 들고 있는 게 새우야? 꼬막이지?


30분 후, 배우자는 유자차 병 앞으로 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너무 달거나 짠 음식은 조심하는데, 유자차는 설탕 덩어리 같아 감히 마실 엄두가 안 났다.
▲배우자: 이거 버릴까 말까?
▲나: (퉁명스럽게) 이거? 뭐?
▲배우자: 이거. 몇 달 동안 여기 있던 거.
▲나: 이게 뭐냐니까?
▲배우자: 율무차.
▲나: 율무차? 좀 전에 ‘꼬막’을 ‘새우’라고 하고 ‘유자차’를 ‘율무차’라고 하고, 정신 줄을 놓고 살아요.
▲배우자: (한마디도 안 진다)당신이 평소에 너무 윽박지르니까, 내가 기가 죽어서 자꾸 헛소리가 나가는 거야.
▲나: 아무래도 치매로 보인다.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네.
▲배우자: 내가 치매 걸릴까 봐 무섭지?
▲나: 무섭긴. (요양원에)보내 버리면 되지.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 같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고, 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미래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태어나 지금까지 굽이굽이 긴 세월을 헤쳐 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도 지금까지 연습도 없이 잘 해왔던 것처럼 또 잘 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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