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끝까지 간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2024-04-29 (월) 옥세철 논설위원
작게 크게
‘조 바이든에게는 역사적인 10여 일’-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실린 최근의 한 논평 제목이다. 무엇이 그토록 역사적이란 것일까.

회교 혁명정권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직접공격을 감행했다. 320기에 이르는 드론과 미사일을 일제히 퍼부은 것. 오스틴 국방장관이 선두에 나서서 영국, 프랑스, 요르단, 이스라엘과 함께 전투기, 구축함 등을 동원해 날아드는 미사일과 드론 99%를 격추시켰다. 이란의 공격을 완전히 무산시킨 것이다.

이게 2024년 4월 13일의 일이다. 바로 뒤이어 추진해온 것이 확전방지다 이 역시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졌다. 바이든이 직접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승리를 누리라’며 달래는 등 다각적 외교공세를 편 결과 이스라엘의 재보복은 이란 이스파한주의 군 기지를 겨냥한 제한된 공격에 그쳤다. 바이든 안보팀이 거둔 또 다른 귀중한 승점이다.


해외에서뿐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바이든 안보팀은 또 한 차례 보다 결정적 승점을 올렸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등을 지원하는 950억 달러 규모의 국가안보 추가 예산안(우크라이나 지원 610억 달러, 이스라엘 260억 달러, 대만 80억 달러)이 연방하원과 상원을 나란히 통과, 바이든이 바로 서명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무기, 포병용 탄약, 로켓시스템 등 지원이 바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 하나, 하나가 그렇다. 거의 실현 불가능으로 보였다. 그런데 4월 13일을 기점으로 두 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연달아 성공리에 마무리된 것이다. 특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공화당 의원들의 완강한 반대로 6개월이나 지연돼 왔던 우크라이나 지원 안 처리가 그렇다.

그래서인가. 이 법안의 하원 표결이 이루어지자 찬사가 잇달고 있다. 반세기동안 쌓아온 바이든의 해외정책 내공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그 하나다.

반년 간 표류하던 법안을 매듭지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공화당 내 강경파 반발을 무릅쓰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워싱턴 정가에서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여야 간 협치를 이끌어 냈다. 그 존슨을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에 비유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극적이고 결정적이다. 아마도 역사적이란 평가도 뒤따를 것이다.’ 허드슨 연구소의 월터 러셀 리드가 보인 다소 격정적(?)반응이다. 파당으로 갈라져 마비된 나라. 이게 오늘날 미국의 모습이다. 그런데 의회가 모처럼 전혀 다른 미국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다.

미 언론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압도적 표차로 이 법안이 가결된 사실(상원 79-18, 하원 311-112)이다. 무엇을 말하나.


이는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워싱턴의 풍향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고립주의를 극복,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온 ‘레이건 공화당’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고 할까.

무엇이 그러면 이런 변화를 불러온 것인가. 리드는 ‘두려움’으로 분석했다.

유럽전문 정책 분석지인 CEPA도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71%가 넘는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안을 지지한 사실에 주목, 러시아-중국-이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권위주의세력 축’의 대두가 두려움으로 다가오면서 결국 이 같은 초당적 표결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유럽의 평화재정착에, 더 나가 중국의 아시아에서의 공격 억지에 필수불가결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크라이나지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마저 ‘힘에 의한 평화’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이 잡지는 지적하고 있다.

지난 6개월 간 우크라이나 지원 안이 지연되면서 이는 푸틴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시켰다. 지원이 끊긴 우크라이나는 계속 고전,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란 비관론까지 대두됐다. 동시에 고조되어온 것은 러시아의 인근 나토 회원국 침공위협이다.

이 과정에서 새삼 그 존재가 부각된 것은 유라시아대륙의 ‘권위주의 독재세력 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직접 돕고 있는 이란과 북한, 그리고 배후의 엄호세력인 중국, 이 독재세력들의 유기적 관계를 목도하면서 워싱턴에서 하나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갈등. 이는 각기 별개의 사건이 아닌 한 거대 스토리의 일부’라는.

이 같은 상황인식과 함께 미국의 정치, 군사지도자들은 공통된 전략개념을 공유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푸틴 러시아를 패퇴시키는 것은 정치, 군사적 세계적 초강으로 발 돋음 하려는 중국에 대한 확실한 억지 방안이 된다는 개념이다.

‘러시아의 패배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확실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신임 인도·태평사령관의 의회청문회 증언으로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컨버세이션지는 이런 점 등을 감안, 공격용 무기를 포함시킨 미 의회의 보다 강력한 우크라이나지원 법안마련은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러시아는 크름 반도를 비롯한 모든 점령지에서 전면철수를 하라는 경고로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패퇴시키겠다는 워싱턴의 새로운 결연한 의지 표명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