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한전(超限戰)의 일환인가…

2024-04-01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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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27년까지 대만침공 준비를 마칠 것이다.”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최근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발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것이 각종 미국과 중국 전쟁 예상 시나리오들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그 도화선이 될 중국의 대만침공 예측 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어서다.

2035년에서, 2027년, 2025년. 그리고 일각에서는 대선의 해인 올해가 그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중국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 됐다. 그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탐사보도전문 언론인이자 잇단 베스트셀러 작가인 피터 슈웨이저가 던진 경고다. 그 전쟁을 그는 미국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분해전쟁(disintegration warfare)으로 신작 ‘블러드 머니(Blood Money)’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거대 혼란 속에 빠져 있다고 할까. 그 게 오늘날의 미국 사회다. 정치는 날로 양극화 되고 있다. 총기살상 급증 등 거리 폭력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 미국 사회를 덮친 또 다른 위기는 펜타닐 중독 사태다.

그 위기, 위기의 배후에서 불길에 부채질 해대듯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세력으로 슈웨이저는 중국을 지목한다. 그 조사연구의 한 결과로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 사회를 무너뜨리다 시피 한 펜타닐 위기는 다름 아닌 중국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합작품임을 밝히고 있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50배 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합성 오피오이드)로 이 약물과다복용 사망자는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4배나 폭증했다.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자는 2022년에는 7만5,000여 명, 그 전해에는 8만400여 명을 기록,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사자의 10배가 넘었다.

슈웨이저가 신작 ‘블러드 머니‘를 통해 밝히고 있는 것은 불법 펜타닐 제조에서 밀매. 그리고 미국으로의 분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중국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 카르텔은 하수인 역할이나 하는 주니어 파트너에 불과하다는 것.

중국공산당, 군부 실력자들과 선이 닿는 중국의 범죄조직 UBG(United Bamboo Group)가 시니어 파트너로 펜타닐 밀매의 시작과 끝을 도맡아 해온 것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이 멕시코 카르텔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펜타닐뿐만이 아니다. 중국제 통신장비 제공도 큰 도움이다. 또한 중국의 국책은행들은 멕시코 카르텔의 마약 돈 세탁을 돕고 있다.


거기에다가 ‘글록 스위치(Glock switch)’라고 하던가. 권총을 불법 기관총으로 쉽게 개조해 살상력을 엄청나게 높이는 중국산 값싼 장치 말이다. 그 ‘글록 스위치’가 멕시코 카르텔 등을 거쳐 미국으로 대량으로 유입돼 거리 갱들이 환호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중범죄자들의 자동화기 사용 율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무려 1,400%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팬타닐뿐이 아니다. 불법 마리화나 시장도 중국계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다.’ 탐사전문지 프로퍼블리카의 보도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기까지 재배에서 공급에 이르는 불법 마리화나 시장의 전 영역을 중국 마피아 조직이 장악해 가면서 폭력, 살인, 불법자금세탁, 도박, 뇌물, 은행사기 등 관련범죄 증가, 또 환경파괴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프로퍼블리카의 지적이다.

이 불법 마리화나 밀매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들은 불법 입국 중국인들이다. 수 천 명씩 멕시코국경지역에서 직수입(?)돼 마리화나 농장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있고 여성들은 성노리개로 팔려가고 있다는 것.

미 전역 3,000여 개에 이르는 불법마리화나 농장의 80%는 중국계 마피아가 운영하고 있고 그 수익은 최저 180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펜타닐 밀매 과정에서 중국 마피아는 라틴 아메리카의 마약자금세탁업계를 주도하게 됐다. 거기에다가 미국 내 불법 마리화나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조직범죄단은 글로벌 파워하우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 미 마약단속국(DEA)관계자의 진단이다.

권위주의체제와 마피아는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마피아조직도 마찬가지다.

이 불법 마리화나 밀매 중국 마피아조직은 중국공산당 엘리트들과 일부 군 고위 장성에게 정기적으로 정치헌금을 하는 대신 보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미국 등지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을 감시하고 박해하는 공작의 하수인 역할도 마다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비호 하에 펜타닐에 이어 불법 마리화나 시장까지 장악, 미국을 내부로부터 황폐화시키고 있는 중국계 마피아. 그도 모자라 미국 내 중국인커뮤니티에 침투해 박해와 스파이공작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그들의 행태.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간도 수단도 안 가린다. 전쟁터도 안 보인다. 모든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는 전쟁, ‘초한전(超限戰)’이다. 중국공산당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새로운 개념의 전략이다.

그러니까 중국은 조직폭력배들도 전략무기로 사용하는 초한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미-중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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