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이 트럼프를 돕고 있다고…

2024-04-08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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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계 사상 최대 선거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24년 갑진(甲辰)년 새해가 동트기가 무섭게 던져진 화두다. 미국, 한국, 유럽연합의 수많은 나라들. 심지어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주요 76개국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2024년은 ’다발성 위기 확산의 해’가 될 수도 있다. 동시에 나온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이 중동으로 확산되고 그 불똥은 동아시아로 번질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그 윤곽이 점차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시진핑의 중국, 푸틴의 러시아, 이란, 그리고 북한으로 연결되는 ‘폭정체제의 축’이다. 거기에다가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일단의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집단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형태로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소요, 그 배후에 꿈틀 대고 있는 것은 이 세력들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전 세계 40여 억 유권자들이 한 표 행사 대장정의 스타트 라인을 끊은 것은 1.13 대만선거다. 대만의 지정학적 특성상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독재세력 간의 대리전으로 일찌감치 전 지구적 주목을 받았다.

사이버전쟁에, 가짜뉴스에, 역정보가 난무했다. 중국공산당의 이른바 통일전선공작을 통한 아주 집요한 개입상황에서 치러진 게 대만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 베이징이 ‘전쟁광’ 등으로 공개적으로 매도해온 여당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시진핑에게는 일대 굴욕을 안 겨준 셈으로 AP통신은 이 같은 결과의 대만선거는 지정학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열리는 선거가 한국의 4.10 총선이다. ‘초읽기에 몰려 반집을 다투는 형국이다.’ 총선전야에 서울발로 들려오는 소식이다.

이 한국총선의 결과를 대한민국 유권자들 못지않게 신경을 곧추 세우고 주시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과 시진핑의 중국이다.

인지전에, 역정보전, 사이버전쟁 등을 펼치고도 대만에서 1패를 당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치러지게 된 또 한 차례의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독재세력 간의 대리전격인 한국 총선, 그 2라운드 에서 또 패점을 기록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쏘고 또 쏴댄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또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도 모자라 ‘평화옹호 진보민주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고 노골적인 선동에 나섰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을 ‘민주세력(범야권후보)’ 대 ‘반민주세력(여권후보)’의 대결,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 등으로 프레임 씌우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총선을 맞이해 북한이 보이고 있는 이 행태. 이는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초조감의 발로이자 총선에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중국의 초조감, 더 나가 한국총선 개입의지는 이재명의 ‘셰셰’ 발언에 대한 적극적 호응에서 드러나고 있다.

중국관영 환구시보가 이재명의 발언을 ‘윤석열 정부의 중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이재명이 경고한 것’이라고 보도하자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는 적극적으로 이재명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은 인공정보(AI)를 이용한 허위 조작 정보로 이재명 띄우기도 모자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한 한국어 콘텐트를 퍼뜨리는 등 한국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고도 그 한 방증이다.

한국 총선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2024년 ‘세계사상 최대 선거의 해’ 대미를 장식할 미국의 대선 레이스에서 미국의 적대세력들은 바이든과 트럼프 어느 후보가 이기기를 원하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창하고 있는 트럼프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틈만 나면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을 칭송해왔다. 그러면서 방위분담금을 제대로 안 내는 나토(NATO)국가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으면 보호해 주지 않는 것은 물론,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기를 푸틴이 바라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중국은 그러면 어떤 입장일까.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만 들키고 말았다. 중국정부와 연결된 온라인 가짜 계정들이 바이든을 지속적으로 비방하면서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 들통 나면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온라인 가짜 계정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표방해 음모론을 확산하고 당파적 분열을 부추기는 글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 바이든과 CIA가 우크라이나에 네오나치 집단을 파견했다는 러시아 방송의 주장을 퍼뜨리는 등.

그러면 왜 ‘폭정의 축’ 세력들은 트럼프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바이든의 독재세력에 맞서는 자유민주주의 세력 연합전선 구축 정책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 백악관 재입성시 미국의 국내 정치적 불안이 가중돼 서방세계 리더십 상실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라는 거다.

그나저나 한국의 표심은 어느 방향을 선택했을까. 아무래도….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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