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년을 벌었다

2024-04-18 (목)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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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10년’이 아니고 ‘10억’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10년이 맞다.
남미와 남미 사람 그리고 남미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요즘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이번 봄 학기가 3학기 째인데, 배우는 학생 중에서 두 번째로 어리다.

12명의 학생들은 모두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강의 첫 날 간단한 인사와 함께 스페인어를 배우게 된 동기를 말하고, 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이를 알게 된다. 원래 나이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한 여성분이 말씀하신다. “나는 올해 나이가 여든 살이야. 자기 나이에 난 투 잡을 뛰었어. 내 나이 이른 살이 되니 인생이 조급해지더라. 그래서 70살부터 골프, 수영을 배웠고 이제는 중남미가 가까워서 여행할 때 도움이 될까 해서 스페인어를 배워 보려고 왔어”라고 하신다.


그러자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81세, 바로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은 82세라고 하신다. 굳이 지적 호기심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과 문화 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것이고, 그 신세계는 우리에게 설레임과 떨림을 준다. 그런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여든 살이 넘은 어르신들이 도전하는 것이다.

필자는 평소에 일도 여행도 일흔 살까지 할 수 있고, 70세가 넘으면 세상과 자식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적어도 민폐 노인만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80세가 넘어 공부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내가 기대했던 활동기간보다 10년은 더 알곡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다.

이번 학기엔 학생 수도 많아서 81세이신 선생님도 의욕이 넘친다. 처음 스페인어를 시작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기초를 더 설명하시겠다고 20분 더 일찍 수업을 시작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뻥이 아니다. 진리다.

스페인어 수업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필자는 귀가 잘 안 들리는 같은 반 친구(?)들을 위해서 큰 소리로 또박또박 추가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그 어르신들 덕분에 10년을 벌었다. 10억을 준다 해도 10년이란 시간을 살 수 없으니, 이 글 제목의 10년을 10억으로 읽었다 해도 결코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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