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는 개기일식이 있었던 지난주 목요일, 한국외국어대 미주 총회장이며 전 ATG Inc. CEO를 역임하셨던 이덕선(마태오) 회장님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소천 하셨다. 향년 84세.
토요일에 메릴랜드 락빌 소재 St. Jude 성당에서 가족들과 지인들 속에서 성스럽고 뜻 깊은 장례미사가 있었다. 근래, 이민 1세대들의 장례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그만큼 1세대들이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번 장례식은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 컸다. 우선, 모든 장례절차가 영어로 진행되었고 참석자들 또한 한인뿐만 아니라 여러 인종들이 참여한 다문화 장례식이었다. 이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민 1세대 장례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모습은 이덕선 전 회장님의 삶과 인생철학을 반영한 모습이었다.
우선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미소와 여유 그리고 자비로움이다. 이 지역 이민 1세대 중에는 주류사회 어디를 가도 대우 받는 유지들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이 회장님과 같은 미소, 여유 그리고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은 그리 흔하지 않다. 나는 불행하게도 그분을 안지 불과 15년이기에 그의 일생 말미만을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이민 1세대이면서도 가족, 사업, 종교 그리고 후학에 대한 사랑과 후원 이외에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감투나 직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600여명을 넘어 성당을 가득 메운 인파였음에도 한인사회에 늘 모습을 보이는 소위 유명인사들이 안보였다. 이 점 역시 그분의 삶과 인생철학을 잘 대변해주는 듯 보였다.
이북 출신이며 전쟁통에 월남하여 피난민 수용소에서 보냈던 4년간의 기근으로 온갖 고생을 체험한 그는 수용소에서 신부님들이 베푸신 봉사와 자비를 보면서 종교의 힘과 의미를 깨닫고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으며 배움에 대한 소중함을 안 그는 평생 도전을 지속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스페인어를 독학하여 유창하게 설교를 할 실력에 도달하기도 했다.
젊은 그는 58년을 같이한 케터린 여사를 만난 후, 1966년 주유선을 타고 미래에 대한 희망, 미국에 대한 신념 하나만으로 무작정 도미했다.
60년대, 집도 절도 없는 동양인 젊은이의 심적 육체적 고초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그 분은 자신에게 있었던 고난을 마치 훈장처럼 자랑하시지도 않았다. 12년이란 긴 세월 그는 개척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결국 그의 가족들을 미국으로 초대하고 불러들였다.
그의 인생 중반기는 IT 산업개척과 사업성공의 신화로 점철된다. 또다른 IT 산업의 거인인 이수동 전 STG Inc. CEO가 그분의 매제다. 이덕선 회장님은 후학들을 위한 위대한 자선가와 절실한 천주교 신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범 시민과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며 성공한 한인의 표상으로 변모했다. 외국어대학에 백만 불 기증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부를 조용히 실행하셨다.
한 남자가 한 가장으로서 성공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했던가. 우리 모두 그와 같은 성공을 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본보기로 삼아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노력은 가능하리라 본다.
우주에는 빛을 발하는 별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별을 도는 행성도 있고 떨어져 소멸되는 별똥별들도 있다. 우리에게 빛이 되어주는 인물, 영원불멸 추앙 받는 그런 인물들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하며 이덕선 회장님의 영정에 깊이 고개 숙여 감사하며 작별인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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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안 조지 워싱턴대 한인 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