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멈추고 내려올 줄 아는 삶

2024-04-14 (일)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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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¼인 3개월이 지났음을 알고 다시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란다. 1년 중 3개월이 훌쩍 지나간 걸 생각하며 뒤늦게 왜 수선이며, 무슨 새해 결심이냐 의아스럽게 생각이 드실 줄로도 믿지만 염원컨데 앞으로 20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을 때 3개월의 시간은 그리 오랜 것이 아니므로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인생의 유종의 미를 남기려고 한다면 결코 지금도 늦지 않았음이라.

앞으로 그게 가능할는지는 차치하고라도 20년 동안 단 한번, 오직 한번만의 New Resolution(새로운 나와의 약속, 주로 새해 시작할 때 하는 그해의 이루고자 하는 결심이지만)의 화두(話頭)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들은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좋은 말씀들과 경구(警句)들 속에 파묻혀 살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좋은 말들의 홍수로 말이다. 미쳐 음미하며 깨닫고 실천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일군의 좋은 말씀들이 들이닥친다. 조선조 초기 어느 명망 있는 스님에게 덕담과 훈육의 말씀을 청하러 왔던 명신 맹사성에게 가르쳐주었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생각남은 웬일인고.


비록 범부(凡夫)이긴 하지만 이 생명 다할 때까지 이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삶을 살다가 마지막 날 “아! 20년 전에 세웠던 새 결심을 드디어 다 해냈구나!”하며 운명할 수 있다면 참으로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될 터이다. 아마도 이 경구의 요체는 욕심 너무 부리지 말고 자만을 경계하고 늘 겸손할 지어다가 아닐까?

무엇이든 지나침은 좀 부족한 듯함만 못하다. 재물에서, 지위에서, 지식에서, 심지어 건강에서 조차 무슨 소유와 관계됨에서 늘 양보하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고 고개 숙이면 도대체 문제가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는 구도가 단단히 짜여 있으니 어느 누가 시비를 걸어올 것이며, 남 얘기는 언급할 필요없이 나 자신과의 균형 있는 삶에서도 참으로 조화된 삶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늘 건강에 관해선 이 나이에 자신이 있는 오만이 필자에겐 부인을 한다 해도 분명 있었던 건 사실이다.

지난 3월 중하순 LA. Palos Verdes GC에서 한국의 골프 레전드 박세리 championship LPGA 대회가 개최 되었던 바 필자가 망구의 노구를 이끌고 자원 봉사자로서 18홀, 9홀은 한국낭자들과 함께 걸으며 응원했다. 특히 토요일은 날씨 최악(광풍 동반), 옷도 부실하게 입고 6시간 Marshal을 했더니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감기 몸살기에다 그걸 넘어 Covid-19 걱정이 되어 검사를 했다. 다행히 Covid는 아니나 대신 집사람에게 감기 선물을, 평소 약한 집사람에게 정말로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몸 둘 바 모르겠다. 감기 몸살이 심해서인가? 나이 때문인가? 사실 장난이 아닌 게 밤에 온몸이 비오는 듯 땀을, 식욕은 전무 온몸이 근육통으로, 이상한 꿈들마저, 사자(死者)와 별다른 데가 없다고, 허-허.

다 이것이 과신의 참담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음식도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놓고 일어나야겠지 싶다.

일상의 모든 소소한 것들에서 멈추고 내려올 줄 아는 삶을 산다면 조용히 잠자는 듯이 이 세상을 떠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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