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끔찍하고 긴장 가득한 공포영화이자 가족 드라마’

2024-04-12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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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커피 테이블’(The Coffee Table) ★★★★(5개 만점)

▶ 어둡고 불편함 속에 때론 유머
▶결말이 궁금한 가운데 허무감
▶재미 즐기다 죄의식 마저 느껴

‘끔찍하고 긴장 가득한 공포영화이자 가족 드라마’

헤수스(왼쪽)와 마리아가 커피 테이블을 앞에 놓고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어둡고 끔찍하고 고약하고 냉소적이며 긴장감 가득한 공포영화이자 가족 드라마로 잔인하도록 보는 사람의 마음을 쥐어짜듯이 압박하고 있다. 상영시간 88분짜리 영화가 시작 된지 20분 쯤 지나 눈 뜨고 보기 불편한 불상사가 일어나면서 과연 결말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하고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영화 내내 좌불안석하게 된다. 이런 어둡고 불편함 가운데 때론 터무니없는 유머를 곁들인 블랙 코미디로 재미를 즐기다가도 죄의식마저 느끼게 되는 스페인 영화다.

허무감이 가득한 결말이 입맛이 쓸 정도인데 끝이 생각했던 기대에까진 못 미치나 폭발시간을 향해 “틱 톡, 틱 톡”하면서 움직이는 시계바늘을 보고 있는 것처럼 거의 시달리는 것처럼 서스펜스를 감지하게 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 속 주인공 1명과 관객만이 끔찍한 불상사의 내역을 알고 있고 주인공을 둘러싼 나머지 3명은 이를 전연 몰라 이들이 언제 어떻게 그 불상사의 내역을 알게 될 것인지 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는 이제 막 아기를 낳은 두 중년 부부 헤수스(데이빗 파레하)와 마리아(에스테파니아 데 로스 산토스)가 가구점에서 커피 테이블을 놓고 세일즈맨 카예타노(에두아르도 안투냐)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두 부부의 이름마저 역설적이다. 세일즈맨은 상아에 도금을 한 두 여인의 나신이 떠받치고 는 유리 테이블을 “절대로 깨어지지 않는 특산품” 라고 선전하나 마리아는 테이블이 꼴불견이라고 응수한다. 그러나 헤수스는 테이블이 너무 좋다고 우기면서 산다. 헤수스가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커피 테이블을 산 이유는 늘 매사를 자기 뜻대로만 하는 아내에게 반발해 자기 자존심을 찾아보겠다는데 있다. 아기를 갖게 된 것도 집의 커튼 색깔도 그리고 아기의 이름을 헤수스가 싫다는데도 카예타노라고 지은 것도 다 마리아가 결정한 것으로 덩지가 큰 헤수스는 아내의 호령에 늘 복종해 온 사람이다.


영화는 단 하루 동안의 일이다. 이 날 점심 때 헤수스의 동생 칼로스(조셉 마리아 리에라)가 18세난 새 애인 크리스티나(클라우디아 리에라)와 함께 헤수스를 방문하기로 돼있어 마리아는 갓난아기를 헤수스에게 맡기고 장을 보러 나간다. 마리아가 장을 본 뒤 집에 돌아와 보니 커피 테이블이 깨진 채 헤수스가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헤수스가 골치를 썩이는 일이 하나 있는데 옆 아파트에 사는 조숙한 13세짜리 루스(갈라 플로레스)가 헤수스에게 자기 애인되어 달라고 끈질기게 조르는 것. 루스는 자기 뜻을 안 들어주면 헤수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기에게 키스를 했다고 마리아에게 알리겠다고 공갈을 친다. 이런 루스를 헤수스는 무시해버리나 루스는 애견과 함꼐 진짜로 헤수스의 아파트 문을 두드린다.

칼로스와 크리스티나가 헤수스를 찾아와 넷이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헤수스는 식사도 제대로 안하고 시종일관 안절부절 한다. 과연 헤수스를 제외한 나머지 셋이 헤수스가 초조해 하는 이유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될 것인지.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헤수스 역의 파레하가 집에서 일어난 불상사를 감추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불쌍하도록 연민스럽게 해낸다. 카예 카사스 감독(공동 각본)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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