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네온의 십자가

2024-04-08 (월) 대니얼 박 솔즈베리, MD
작게 크게
나의 기도는 네온의 십자가
통속적이지만 밤낮이 없다

탁류 위를 부유하는 내 영혼의
하늘의 반을 채우고도 남을
한숨과 고백과 기도가 끝나면

나는 십자가처럼
지난(至難)한 삶의 언덕에 서있다

그 맹목적인 고뇌와 슬픔의 잔재 위에
내린 축복으로 젖은 대지 위에 엎드린
나는 또 그렇게 긴 하루를
기도하며 지낼 수 있다

의미없는 삶의 모든것이 명백해지는 날
삶의 열정이 다한 어느 저녁
황혼의 하늘 아래서 나는 또 새로운
그 무엇을 위해 기도할 것인가

네온의 십자가
한 순간의 응답과 은혜의 느낌마저
깨닫지 못할 부재(不在)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실존(實存)이다

<대니얼 박 솔즈베리,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