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응환의 진실

2024-04-03 (수) 연태흠 한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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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분이 기응환을 사고 싶다고 해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오늘은 기응환에 대해 알아본다.
예전엔 아이가 놀라거나 밥을 잘 안 먹거나 하면 기응환을 찾곤 했다. 예전엔 병원의 문턱이 낮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에 기응환이 아이들의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집에 상비약처럼 준비해 놓곤 했다. 하지만 기응환에 관한 오해는 너무 많다. 먼저 기응환은 한약재가 들어가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알려져 있는 고전한방의학의 처방이 아닌 일본에서 생약으로 만들기 시작한 영유아용 알약이었다.

이를 한국의 유명한 제약회사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서 각종 아이들 질환에 다 사용되도록 했다. 그 시절의 오해가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응환은 보약도 소화제도 감기약도 아니다. 주 약재로는 사향, 웅담 등이 있는데 이는 요즘 사용할 수 없는 약재들이고 사향도 천연이 아닌 인공사향을 쓰기 때문에 원래의 기능도 많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약재의 효능 역시 일시적으로 각성을 일으키거나 열을 빼내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아주 급할 때가 아니라면 아무 때나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재들이다.


아이들이 놀라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생긴다면 전문의를 반드시 만나야 하며 특히 경기의 경우 급성 열병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뇌막염 등 심각한 질환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함부로 기응환을 먹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기응환은 한방처방이 아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수정과도 계피 등 한약재가 들어가지만 한약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와 같다. 삼계탕에 황기, 당귀 등이 들어가지만 한약이라고 하지 않는다.

기응환을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우황표룡환이라고 있는데 이는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알약으로 이 역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하에 처방할 수 있는 좋은 약재이다. 어른들은 잘못된 약재의 복용에도 바로 수습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소량의 잘못된 약재 복용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문의 (703)642-6066

<연태흠 한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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