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부의 간계로 탐욕의 제물이 되는 필름 느와르

2024-03-2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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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 오브 더 패스트’(Out of the Past·1947) ★★★★½ (5개 만점)

요부의 간계로 탐욕의 제물이 되는 필름 느와르

제프는 요부 캐시의 간교와 음모의 제물이 된다.

인생의 바닥을 헤매는 남자가 요부의 간계에 휘말려 배신과 음모 및 탐욕의 제물이 되는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의 줄거리를 지닌 흥미진진한 범죄영화다. 영화에서 과거를 지닌 남자로 나온 로버트 미첨은 눈을 내리깐 채 냉소적이요 과묵하면서도 터프한 모습을 멋지게 해내 하룻밤 새 스타가 되었다. 그와 함께 남자 잡는 치명적 여자(femme fatale)로 나온 편도 모양의 눈을 가진 제인 그리어도 눈부신 미모 속에 간계를 지닌 여자의 연기를 뛰어나게 해 필름 느와르의 전설적 여인으로 남게 된다.

캘리포니아의 브리지포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며 혼자 조용히 살고 있는 제프(미첨) 앞에 건달 조가 나타나 그의 두목 위트(커크 더글러스)가 레이크 타호에서 너를 찾는다고 통보한다. 제프는 마을을 떠나기 전 애인 앤을 찾아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들려준다.

플래시 백. 뉴욕의 서푼짜리 사립탐정인 제프는 전문 도박사 위트로부터 4만 달러를 챙겨 튄 자기 애인 캐시(그리어)를 찾아 데려오라는 주문을 받는다. 제프는 아카풀코에서 캐시를 찾아내나 자기는 결백하다는 캐시에게 반해 둘이 사랑의 도주를 한다. 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원을 바꾼 뒤 행복하게 사는데 어느 날 제프의 파트너였던 피셔가 나타나 위트에게 알리지 않을 테니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캐시는 공갈치는 피셔를 총으로 쏴 죽인 뒤 차를 몰고 혼자 도주한다.


플래시 포워드. 이어 캐시의 2중3중의 배신과 살인과 누명 그리고 비극적 인과응보 끝에 악과 관계된 사람들은 모두 지옥으로 가게 된다. 캐시는 쾌락과 탐욕의 여인으로 자신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사정없이 제거해버리는 악의 화신이다. 영화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깨달은 제프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뉘우 칠 줄 모르는 캐시를 처벌하기로 결정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플롯이 다소 복잡하나 자크 터너 감독은 이야기를 주도면밀하고 질서정연하니 풀어나가고 있다. 연기와 촬영 등 모든 것이 뛰어난 운명적 분위기가 가득한 명작이다. 원작은 대니얼 메인워링의 소설 ‘나의 교수대를 높이 세워라.’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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