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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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야기

2024-03-21 (목)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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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다양한 직업 안에는 각자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데, 필자의 직업인 부동산에서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이야기’라는 낱말이 주는 언어의 뉘앙스는 ‘유일하고 독특한 일화’를 의미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더 늙기 전에 가 봐야 할 곳 또는 가 보고 싶은 곳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로 인한 조급증일 지도 모르겠다. 가 보고 싶은 여행지에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이 있다. 시간 날 때마다 볼리비아라는 나라와 우유니 사막을 공부했고 필자의 직업 중에서 나름 비수기라고 생각되는 기간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출발 전 날, 한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고 다음날 볼리비아 행 비행기를 탔다.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즈에 도착했는데, 손님으로부터 오퍼를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미국에서 집사는 일이란 돈으로 보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중요성을 알기에 필자는 라파즈 시내 구경은 커녕 엠빠나다라는 만두같이 생긴 빵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오퍼를 썼다. 저개발 국가는 인터넷이 안 되는 곳도 많아서, 인터넷이 잘 터지는 공원 구석에서 컴퓨터와 핸드폰을 끼고 있었다. 셀러측 에이전트나 손님의 전화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셀러측 에이전트와 협상과 밀당을 거쳐 결국엔 4개의 오퍼 중에서 뽑히는 행운을 얻었다. 계약이란 큰일을 해냈고, 흐뭇한 마음으로 우유니 사막으로 이동하려는데, 손님은 걱정이 되는지 만나자고 했다. 손님에게 여행을 왔노라고 사실대로 말을 하고 미팅을 여행 후로 미룰 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 온 에이전트를 이해할 손님은 드물다. 나 역시 손님의 애달픔을 뒤로하고 우유니 사막을 본다 한들, 마음 편히 그 소금 사막의 광경을 만끽할 거 같지도 않았다.

결국 5시간 후에 출발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라파즈에서 우유니 사막으로 가는 교통과 숙박, 우유니에서 칠레 산티아고까지 가는 비행기, 산티아고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버렸다. 워싱턴 도착 1시간 후, 손님을 만나 계약된 후의 절차와 세틀먼트에 관한 설명을 드리니 손님도 한시름 놓은 듯 했다. 필자는 여행 출발 2박 3일 만에 다시 되돌아오긴 했지만, 설명을 듣고 안심하는 손님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더 먼 훗날, 이 에피소드를 돌이켜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참 잘했어요’라고 할 지,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올 정도는 아니지’라고 생각이 들 지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돌아온 후 지금의 내 마음은 훨씬 편안해진 것을.

우유니 사막을 포기하면서 계약한 집, 오늘 그 집 세틀먼트를 했다. 그리고 난 오늘 또다시 우유니 사막 지도를 본다.
문의 (703)625-9909

<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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