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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이 주인 심리 조작하며 권력의 역학적 변화그려

2024-03-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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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The Servant·1963) ★★★★½ (5개 만점)

하인이 주인 심리 조작하며 권력의 역학적 변화그려

자기 하인 휴고(앞)의 심리조작에 의해 주인 토니는 서서히 타락자가 된다.

매카시즘을 피해 영국으로 도주한 미국 감독 조셉 로시의 신분과 역할의 반전을 그린 고약한 심리 드라마로 사악하고 변태적으로 재미있다. 로빈 모음의 단편을 유명한 극작가 해롤드 핀터가 각색 했는데 꽉 조여진 구성과 빈틈없는 연출, 빼어난 연기와 흑백촬영 및 재즈가 있는 음악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다. 한 간교한 하인이 주인의 심리를 서서히 조작하면서 아울러 싸구려 여인의 육체를 미끼로 주인을 욕정의 제물로 만들어 하인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하인이 되는 권력의 역학적 변화가 서스펜스 스릴러 분위기를 지닌 작품이다.

런던의 부유한 명문 가문의 토니(제임스 폭스)가 집을 산 뒤 쥐같이 조심스런 표정을 한 하인 휴고 배렛(더크 보가드의 조용하고 교활한 연기가 압도적인데 그는 이 영화로 국제적 스타가 된다)을 고용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휴고와 토니는 상호 신뢰관계를 맺게 되나 토니의 약혼자 수전(웬디 크레익)은 휴고를 의심하면서 그를 사갈시 한다.

토니와 수전은 먹고 마시고 클럽 출입하는 것이 일상사인데 휴고는 자기를 깔보는 이 둘을 깍듯이 모시면서 나름대로 둘을 정신적 도덕적으로 파멸시킬 계획을 짠다. 이 계획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것이 휴고가 자기 동생이라며 하녀로 들여놓은 베라(새라 마일스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상스럽고 선정적인 연기를 한다). 그런데 베라는 사실 휴고의 애인이다.


베라가 탐스러운 육체를 배배 꼬면서 토니를 유혹하면서 토니는 완전히 베라의 육체적 노예가 된다. 여기서부터 토니는 자기가 천하게 여기던 하류층으로 몰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휴고와 베라의 관계가 들통이 나면서 토니는 둘을 내쫓는데 이미 때는 늦어 토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돌보던 휴고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 신세가 된다.

이에 휴고가 다시 토니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인과 하인 관계이던 두 사람간의 역할이 서서히 뒤바뀐다. 그리고 베라도 다시 이들과 합류하면서 휴고와 베라가 집의 사실상 주인이 되고 토니는 이들의 하인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수전은 아예 집에서 쫓아내 버린다. 부유한 주인과 그의 하인을 중심으로 예의범절과 상명하복의 관계와 욕정 그리고 도덕적 타락과 상류층의 권태 및 계급에 관한 가차 없는 비판을 그린 흥미진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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