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없고 매몰스러운 것을 박절하다고 한다. 성리학 개념인 사단칠정(四端七情)의 첫 번째가 인(仁),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이는 단군 자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정(人情)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취임과 함께 국민과 소통하겠다면서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더니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신년 기자회견조차 못하고 국영방송사가 사전에 녹화로 제작한 90분간의 편집 대담만 했다.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대통령 부인의 300만 원짜리 명품 백 뇌물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기다리던 대통령의 답변은 ‘박절하지 못해서 거절하지 못했다.’는 30초짜리 답변이 전부였다.
일반 가정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것은 물가와 소득에서 찾으면 된다. 통상 물가는 정도의 문제이지만 ‘오르는’ 경향성을 유지한다. 이런 물가에 따라 가계소득이 비례해서 오르면 별 체감을 못하지만 소득이 같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곧바로 어렵다는 걸 느낀다. 연초가 되니 정부에서 2023년 정부결산을 발표했다. 그런데 ‘가처분 소득’이 2022년 (953조 원)에서 2023년 (938조 원)으로 -15조 원 감소하였다. 이런 소득 역진은 IMF(1998), 세계 금융위기(2008), 팬데믹(2020) 때도 감소하지 않았던 일로 유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이는 12년 전인 2011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버린 것이다. 이렇게 감소한 소득에 대해서 근로소득세는 되려 1조 7천억을 추가 부과했다. 법인세 -23조를 깎아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기재부 재정동향 2월 호, 2024.02.15)
이를 개인 단위로 분류한 자료도 발표되었다. 2022년 전체 근로소득자 2,623만 명에 대한 분포도가 발표되었다. 전체 평균 세전 월 소득은 285만 원이지만 절대인원인 70%(1,820만 명)가 월 320만 원 이하다. 하위 30%(800만 명)은 세전 월 120만 원($1,000) 이하를 받으며 버티고 있다. (2022 국세청 통합소득 2024.02.20) 물가는 비싸고 쓸 돈이 없는 것이다. 하위 8백만 명은 한 달에 1만 원짜리 사과 120개밖에 살 수 없는 가계소득이다. 이러니 2,500원짜리 떡볶이 장사가 속절없이 문을 닫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자영업들이 몰락할 수밖에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 있겠는지를 보려면 수출과 경제성장률이 개선되어야 하고 그와 별도로 정책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수출 감소에 무역 누적 적자는 늘어나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팬데믹 포함 이전 정부 시기인 2017~2021(연평균 2.37%), 2022~2023(연평균 1.98%) 이를 분기별로 보면 2023 1/4(2.1%), 2/4(1.6%), 3/4(1.1%), 수직 낙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에도 언급했듯이 법인세는 감세를 하고, 소득은 줄어드는데 근로소득세 징수는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미래의 쌀농사’라고 할 수 있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 예산은 15조를 삭감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5년, 10년 후 수출과 무역수지로 곧바로 나타나게 되어있는 중대한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 부인의 주가조작 사건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 주가조작으로 23억을 불법 수익을 취했다는 법원의 판결 기록이 엄연하다.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반나절이면 끝날 사안인 데도 검찰이 수사를 않고 있어서 국회에서 특검을 요청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 버렸다. 이를 재의결하려는 데 야당만으로는 특검법 통과가 난망이다. 이런 와중에 국가 인재개발원 원장(차관급)이라는 분이 지난 1. 22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솔직히 말해 60억 대 재산을 가진, 현금성 자산만 40억이 넘는 김 여사의 눈에 300만 원짜리 핸드백이 들어왔겠냐"라고 했다. 800만 명의 국민들이 사과 120개 살 돈으로 한달을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실수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맞는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2023년 말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는 255여만 명이고, 해가 바뀌어 연령에 따른 증가분도 있지만 복지예산이 없어 기존 수급자 중에서 25만 명 정도가 탈락하게 되어 굶어 죽을 지경에 놓여 있다. 이들이 받는 금액이 월 62만 원($500)이다. 생물학 실험실에서 처음에는 실험 쥐 여러 마리를 한곳에 모아두고 먹이를 주다가 나중에는 각각 다른 유리병에 분리해서 그중 한 마리에게만 먹이를 주고 지켜봤다. 처음에는 혼자 먹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쳐다보는 쥐들이 배가 고파 아우성을 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던 쥐는 먹이를 더 이상 먹지 못하더라는 관찰 실험 결과를 밝혔다. (최재천 서울대 교수) 이 실험에서 미물인 동물들마저도 본능적으로 ‘공감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명한 실험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짧고 분명하게 비유를 했다. 시골의 만원 버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예로 들었다. 공산주의는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자기가 운전하려고 하는 것’이요. 진보는 ‘좀 좁고 불편하더라도 같이 타고 갑시다.’ 그런데 보수는 ‘언제까지 이럴 거요. 그냥 출발합시다.’의 차이로 보면 맞는다고 했다. 탁월했던 비유다. 국가나 대통령이 온 백성 모두를 살필 수는 없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부터 살피고 외면하지 않아야 국태민안(國泰民安)이 빠르다. 이것이 정치(政治)의 본질이고 역할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병들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보면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고 위로, 격려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런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비록 나도 힘들지만 ‘박절(迫切) 하게 뿌리치지 못하겠다.’고 한다. 뇌물을 거절하지 않고 받은 것을 박절하지 못해서 받았다고요(?) 이는 법률적인 문제 이전에 국어공부를 다시 하던가 한국 사람이 맞는가를 되돌아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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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