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어느 편이 승리할 것이냐 보다 선거 후폭풍이 어느 수준에서 그칠 것인지 그것이 더 걱정되는 분위기다. 총선거 일자가 다가오면 국민들이 각 정당이 내놓는 정책을 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 보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 보다는 선거 후유증을 더 우려하는 실정이다.
지난 4년간 우리 국회는 여야 간 싸움이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었다. 총칼만 들지 않았지 철천지 원수지간처럼 극심한 충돌로 대부분의 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했다. 국회의 제일 주요 임무가 뭔가. 법안 처리 아닌가. 이번 21대 국회야 말로 정부 수립 이래 최악의 흑역사를 써낸 국회라는 오명을 붙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의사 총파업에 대해 국민 76%가 의사 집단이기주의를 지탄하고 있다. 환자들이 치료받을 길이 없어 울부짖는 이 현실은 초당적으로 해결해야 할 거국적 사건이다. 그런데도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수수방관하며 “득표를 위한 정부와 여당의 정치 쇼다” 라고 비아냥거리고만 있다.
이 같은 여야 분위기 아래 총선거 날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총선거에서 평화 토론이라든가,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든가, 미래 희망 같은 미사여구는 허망한 잠꼬대로만 그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난히 정치인들의 ‘교만’이 분위기를 헤집고 있다. 교만이란 무슨 의미인가. 자기가 제일 잘 났다며 자기 스스로를 높이는 꼴불견을 의미한다. 공자도 ‘불환인지부기지 환부지인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같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걱정하라)라고 가르쳤다. 즉 남을 존경하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가르친 말이다.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만이 선거풍토를 오물 통속에 빠뜨리고 있다. 이재명은 총선거의 국가적 의의를 중시하기보다 자기 이익, 방탄 공작에만 혈안이 돼 있다. 후보 공천 과정을 악용하여 원로, 고참, 당원들을 마구 퇴출, 컷오프 하고 있다. 이재명 자신도 10여개에 달하는 대형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이면서도 같은 입장에 놓인 의원들이나 평소 자신을 잘 따르지 않던 동료들을 축출하는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당을 함께 해온 동지들의 정치운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는 것이다. ‘비명 횡사’, ‘친명 횡재’라는 단어가 사회 유행어가 돼 있을 정도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들로 축출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표 사무실 앞에는 단식투쟁이 벌어지고 중견급 의원들과 주요 당직자들마저 탈당을 하거나 노골적 항의를 하는 등 민주당이 분당 폭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두가 당 대표 이재명의 교만, 독선이 빚어낸 산물이다.
이재명 대표의 요사스런 독재 횡포 사술에, 최면(mesmerize)에 걸린 아부꾼들은 앞장서서 당을 혼란 속에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 고대 중국 진시황의 둘째 아들 호해왕의 간신 조고가 지어낸 ‘지록위마 指鹿爲馬’(권력에 아부하는 사람) 일화가 그대로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재현되고 있다.
국민의 힘도 이번 선거에서 공천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 혼란이 민주당의 소란과는 그 무게가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대표는 진보당과 선거연합을 공식발표했다. 진보당에게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진보당은 공식행사에 태극기 게양을 거부하고 애국가를 금지하는 등 친북활동으로 반국가단체 판결을 받고 해체된 통진당 잔존세력이 조직한 후신이다. 이들과의 연합 선거운동에 대해 각 정당과 국민들이 이재명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이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최고라는 교만, 독선은 그 끝이 어딘지, 무슨 괴담이 터져 나올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민주당은 근자에 들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차례로 대통령에 당선시킨 정당이다. 민주당은 역대 독재정권, 군사정권과 맞서 싸우며 온갖 모진 풍파, 수난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빛나는 정당이다. 이제 와서 이재명과 개딸 등 그 일당들에 의해 민주당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윤석열 정부도 집권 이래 실정을 거듭해온 것이 사실이다. 세계 박람회 부산 유치 참패, 새만금 세계 청소년대회 운영 부실, 북중러와 대일 외교문제, 연달은 인사파동 등등은 민주당이 충고하고 성실하게 협치, 보완해 주었어야 할 호재였다.
이런 국가적 실정을 잘 지적하고 대처해 나갔더라면 이번 총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재명과 그 일당의 살벌한 당 운영과 방탄 공작으로 당이 자멸의 길로 빠져 들고 있는 모습이어서 가슴 아프다. 이낙연 전 대표마저 떠난 민주당, 그리고 제 3지대에 대한 기대마저 어려워진 현실. 미래 정치 판도를 상상해 보는 것 자체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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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