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목요일 오전엔, 수도 마나과 남서쪽에 위치한 쓰레기 하치장 마을에서의 진료 사역이 있었다. 하필이면 그 곳 이름이 ‘끄리스또 레이’ (Cristo Rey, 그리스도는 왕)다. 거대한 쓰레기 매집지인 그곳은 난지도처럼 너무도 열악한 지역이라 혼란스러웠다.
호흡기 질환, 빈곤, 기아, 수인성 질병과 알러지 등 복합적인 문제들을 갖고 찾아 온 약 200여명의 마을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팀원들이 정성껏 보살피며 사역을 마쳤다. 그들 속에 거주하면서 선교하는 심상복, 최현주 선교사 부부의 눈물겨운 헌신을 체휼하며 진행됐다.
본래 니카라과는 Nicar + Agua(물) 이름처럼 물이 흔한 곳이다. 국토 왼쪽은 태평양이 넘실거리고, 오른쪽은 아름다운 카리브 해가, 그리고 국토 곳곳에 화산 작용으로 인한 칼데라 호수들이 즐비하여 물이 풍성한 나라다. 풍부한 수자원이 있으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물 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을 앓으며 고통 당하는 이유는 오랜 독재정권의 탐욕과 수탈로 인해 국민 건강에 가장 중요한 상수도, 하수도 등 생존이 달린 기본권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1931년 이후 부터 45년 동안 계속 된 소모사 가르시아(Somoza Garcia) 대통령과 그의 두 아들의 장기 집권, 부와 권력을 독점했던 부패 정권의 폐해는 지금의 니카라과를 중남미 최고 가난한 국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반세기 가까운 소모사 정권의 족벌주의를 무너뜨리고 모든 니카라과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며 혁명을 일으킨 산디니스타 주동자가 현재 다니엘 오르떼가(Jose Daniel Ortega, 79세) 대통령이다. 그가 집권한 후 족벌주의는 더욱 강화되었고, 소모사 정권때 보다 국민들의 기본권은 더욱 말살되고 말았다. 그의 부인 무리요 삼브라나(Murillo Zambrana, 73세)가 부통령이며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다. 아들들이, 친인척들이, 심지어 사돈의 팔촌까지 핵심 직책에 있으며 부와 권력을 17년째 사유화 하고 있다.
니카라과는 무서운 전체주의 감시국가로 변모했고,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으며, 인구 10%인 약 90만명의 젊은 영혼들이 니카라과를 떠나 인근 코스타리카, 멕시코, 스페인, 미국으로 서러운 유랑자처럼 떠돌고 있다.
영부인이면서 부통령인 삼브라나는 현재 세계점술협회 부회장으로 있다.
허허벌판 한 가운데 양철 지붕을 얹은 가난한 빈민촌에 약 25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극빈자로 살고 있었다. 몇 그루의 바나나와 파파야 나무를 심고, 개와 돼지와 헛간 같은 집에서 간신히 연명하는 저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역시 물 부족 문제다. 빗물, 웅덩이 물을 길어서 먹던 그곳에 동행한 우물팀의 관정 작업이 시도됐다. 깊이 150여 m 암반을 파내려 갔을 때, 드디어 물 근원을 만날 수 있었다. 관정한 파이프 위로 암반 밑을 흐르던 단물이 힘차게 솟구쳐 오를 때 팀원들은 환호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쁨의 포효를 외쳤다.
니카라과에서 한 주일 동안의 짧은 의료 선교 일정을 마치고 돌아 온 워싱턴 지역은 추웠다. 팀원들은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선교지에서 만났던 저들을 위해, 팀원들은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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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