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세하고 애정이 깃든 솜씨로 엔니오에게 바치는 헌사’

2024-02-16 (금) 박흥진 편집위원
작게 크게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엔니오’(Ennio) ★★★★½(5개 만점)

▶ 작곡가 엔니오의 삶을 다룬 기록영화
▶많은 감독·배우 등 인터뷰 통해 고찰

‘상세하고 애정이 깃든 솜씨로 엔니오에게 바치는 헌사’
‘상세하고 애정이 깃든 솜씨로 엔니오에게 바치는 헌사’

엔니오는 ‘황야의 무법자’(위) 시리즈 음악과 ‘시네마 천국’ 음악도 작곡했다.

‘상세하고 애정이 깃든 솜씨로 엔니오에게 바치는 헌사’

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


‘엔니오’는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음악을 작곡한 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삶을 다룬 전기 기록영화다. ‘시네마 천국’을 감독한 주세페 토나토레가 연출했는데 매우 상세하고 애정이 깃든 솜씨로 엔니오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2020년 92세로 사망하기 몇 년 전까지 엔니오와의 인터뷰와 함께 많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 음악 작곡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찰하고 있다. ‘시네마 천국’의 음악도 엔니오가 작곡했다. 토나토레가 엔니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영화에서 엔니오에 관해 이야기 한 사람들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퀜틴 타란티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웡 카-와이, 올리버 스톤, 배리 레빈슨,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및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으로 이들은 모두 엔니오의 천재성에 동의하면서 ‘엔니오가 곧 음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프링스틴은 인터뷰에서 “엔니오가 작곡한 ‘황야의 무법자’ 제3편 ‘더 굿, 더 배드 앤드 디 어글리’의 음악을 듣고 너무나 감탄해 그 즉시로 음악의 앨범을 샀다”고 말했다.

엔니오는 영화에서 자신은 원래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재즈 밴드의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가 밀다 시피 해 자신도 트럼펫을 불게 됐다면서 “그렇게 시작한 음악이 내 운명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처음 영화 음악을 작곡했을 때만해도 영화음악을 천하게 생각했던 엔니오는 수차례 영화음악을 작곡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생애 끝까지 영화 음악과의 인연을 끊지 못했는데 다작이어서 1969년 한해에만 무려 21편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엔니오는 2007년 오스카 명예 상을 받기 전까지 ‘벅시’와 ‘미션’ 등으로 다섯 차례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비로소 2016년 타란티노의 ‘헤이트풀 에잇’으로 오스카 음악상을 탔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어릴 때부터 재즈 밴드와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주자였던 아버지처럼 트럼펫을 불며 성장했다. 가끔 아버지를 대신해 재즈 밴드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엔니오는 음악학교에서 철저하고 폭 넓은 고전 음악을 공부한 배경을 지녀 그의 영화 음악은 주제나 관현악 편성이 오케스트라 음악을 닮았다.

엔니오는 “영화에는 음악이 과다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음악이 너무 많으면 음악의 진정한 심리적 아이디어와 목표를 채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엔니오는 1961년 첫 영화 음악을 작곡한 이래 생애 모두 500여 편의 영화와 TV 작품 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영화 음악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의 음악. 채찍질과 말발굽과 휘파람 소리 및 총성을 섞어 만든 이 돌연변이 같은 음악으로 엔니오는 일약 세계적 영화 음악 작곡가로 부상했다.

그가 음악을 작곡한 영화들로는 ‘세네마 천국’ ‘미션’ ‘옛날 옛적 서부에’ ‘옛날 옛적 미국에’ ‘천국의 날들’ ‘언터처블즈’ ‘벅시’ ‘말레나’ 등으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작곡했다. 엔니오는 클래시컬, 재즈, 팝, 록 및 전자음악과 이탈리아 민속 음악 등 모든 부문의 음악을 다룬 팔방미인었다.

엔니오는 2007년 2월 오스카 명예 상을 타기 전 유엔에서 반 기문 신임 사무총장을 위한 콘서트를 지휘한바 있다. 연주곡은 자작곡 칸타타 ‘침묵으로부터의 소리들’로 이 곡은 9.11테러와 지상의 인간성 학살에 대한 엔니오의 응답이다. 엔니오의 오스카 명예 상을 기념해 소니 클래시컬이 만든 음반이 ‘우리는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를 사랑해’(WE All Love Ennio Morricone). 모두 17개 곡으로 짜여 졌는데 셀린 디옹, 안드레아 보첼리, 르네 플레밍 등이 엔니오가 작곡한 영화 음악을 노래하고 첼리스트 요-요 마도 연주한다.

*‘엔니오’는 23일부터 NoHo극장(310-478-3836)과 29일 부터 Alamo Drafthouse(LA 다운타운 7가와 스프링 스트릿)에서 상영한다.

다음은 엔니오가 오스카 명예 상을 탄 후 가진 기자회견 내용이다


-처음 음악 공부를 시작할 때 어떤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처음 산 레코드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내 애인이 준 것이다. 그 여자는 지금 내 아내(마리아)로 음반은 바르토크의 협주곡이었다. 나는 바르토크 외에 특별히 16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팔레스트리나를 좋아하고 스트라빈스키도 좋아한다.

-당신의 수상을 기념해 나온 음반 ‘우리는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를 사랑해’를 보면 메탈리카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다양한 가수들이 노래한다. 어느 가수의 해석이 가장 이색적인가.

▲너무 많고 다른 타이프의 음악과 예술가들과 음성으로 짜여진 음반 제작에 난 처음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제작자가 고집을 부려 만들었는데 들어보니 모두가 자신들의 최선을 다 했다고 느꼈다. 대단히 동적이요 강렬한 음반이다.

-당신은 할리우드 작곡가인가 아니면 이탈리아 작곡가인가.

▲나는 스스로를 세계적 작곡가로 여긴다.

-음악은 어디서 작곡하는지.

▲할리우드 음악을 작곡할 경우 초본은 미국서 작곡하나 완성은 이탈리아의 스튜디오에서 한다.

-당신은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는가.

▲그 건 미스터리다. 어쩌면 두뇌에서 올 수도 있고 내가 공부한 이론에서도 올 수 있다. 또 내 개인적 사랑과 음악에 대한 정렬 그리고 영화 그 자체에서도 올 수 있다. 그 것은 이치를 넘어선 것이다. 나는 굉장히 엄격한 스승에게서 음악을 배웠는데 그는 학생들로부터 최대를 요구했었다.

-당신은 세르지오 레오네와 주세페 토나토레 같은 감독들과 계속 일해 왔는데 새 감독의 영화를 작곡할 때는 어떤 계기로 그렇게 하는지.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곡 제의를 모두 수락했었다. 어떤 도전이든지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요즘은 조심해서 수락한다. 감독과 친구가 돼야할 필요성을 느껴서이다. 영화 음악은 영화와 흥행 성공에 도움이 돼야한다는 책임감과 그 것이 음악인으로서 나 자신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늘 제시한다. 그 것이 내가 감독의 신뢰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당신과 쌍벽을이루는 이탈리아 작곡가 니노 로타(‘길’, ‘태양은 가득히’)와는 친구 관계인지 아니면 라이벌 관계인지.

▲로타와는 한 번도 라이벌이 된 적이 없다. 내 음악은 다소 아방 가르드적이고 로타는 전통적으로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 로타는 내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당신은 반세기 가까이 작곡을 해왔는데 그런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가.

▲특별한 비결은 없다. 나보다 더 다작인 작곡가들도 많다.

-오스카 명예 상을 받은 소감은.

▲전혀 기대하질 않았다. 작곡할 때 상을 생각하며 작곡하진 않는다. 난 과거 모두 다섯 번 오스카 상 후보에 올랐었는데 그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오스카 상은 일종의 로터리 같은 것이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영화에 제공한 작업 전체를 위해 준 이번 상은 내겐 아주 좋은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