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신기하다. 띠가 바뀌는 날이 설이 아니고 입춘인 날이라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한국에서 인터넷 검색의 절대강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이다. 인터넷 트렌드라는 사이트에서 조사한 2023년 검색엔진 사용비율은 네이버 58%, 구글 32%, 다음 5%,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3%의 순으로 나온다.
사람들은 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네이버에서 알아본다. 그 정도로 강력하다. 그 네이버에서 ‘나이 계산’을 해볼 수 있는데 그때 무슨 띠인지도 함께 나온다. 그런데 그 나이 계산의 마지막 부분에 ‘띠 계산은 입춘일(2월 4일)을 기준으로 한 결과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세상에나… 띠가 바뀌는 것의 기준이 입춘일(2월 4일)이라고? 어떻게 입춘일에 띠가 바뀐다는 것일까? 명리학(命理學)이라는 것에 의하면 입춘이 한 해의 시작이고 그렇기 때문에 띠도 입춘에 바뀐다고 주장하던데 네이버가 그 명리학을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설날이 다가온다. 어린 시절에 설날을 기다렸던 이유는 세뱃돈 때문이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세뱃돈이란 설날에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고 나서 덕담과 함께 받는 돈이다. 그럼 세배는 무엇인가? 세배는 한자로 歲拜라고 쓰는데 글자 그대로 새로운 해(세 歲)를 맞이해서 드리는 절(배 拜)이다.
설날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1월 1일)이다. 즉 음력으로 따졌을 때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렇게 새로운 해를 맞이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씀과 함께 드리는 절이 세배인 것이다.
세배는 오직 설날 즈음에만 드릴 수 있다. 새로운 해를 맞이했기에 드리는 것이기에 삼월이나 오월, 구월에 세배를 드릴 수는 없다. 우리는 ‘세배’라는 단어에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 설날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띠라는 것은 60갑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12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동물의 형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띠가 바뀐다는 것은 12지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즉 띠는 12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띠 역시 음력으로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띠가 바뀌는 것이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입춘이라고 하니 의아하기만 하다. 띠는 음력으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설날에 바뀐다.
입춘에 띠가 바뀌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입춘이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첫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력 1월 1일도 아니고 설날(음력 1월 1일)도 아니고 입춘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그 주장은 아직 납득되지 않는다.
입춘이 한 해의 시작이고 그렇기 때문에 띠도 입춘에 바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을 계속 찾아 읽어보고 있지만 아직 납득할만한 것을 만나지 못했다.
명리학을 하는 사람 중에는 입춘이 시작되는 시각인 절입(節入) 시각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는 사람도 있다. 그에 따르면 같은 입춘일에 태어나더라도 태어난 시각에 따라 띠가 다르게 된다고 한다. 같은 날 태어나도 띠가 다르다니 ‘원 참 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네이버가 입춘을 2월 4일로 고정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입춘은 어떤 해에는 2월 3일이고 또 어떤 해에는 2월 5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입춘을 아예 2월 4일로 고정해서 띠를 계산하다니 참 이상하다.
한국 내에서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검색엔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고 적어 놓았으니 모두들 그렇게 알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띠가 바뀌는 날은 입춘이 아니고 음력으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설날이다. 수가 많고 그리고 목소리가 크면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긴다는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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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스프링필드,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