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송어를 노래하다
2024-02-04 (일)
김은국 워싱턴문인회
딸이 성악 레슨을 받고 있어요
송어 한 마리
피아노 하얀 건반에 걸려
그녀의 목소리로 헤엄쳐 나왔어요
익숙한 송어
고등학교 음악실에서 양식되었죠
바이올린 현의 그물을 빠져나가며
내 감정의 등살이
화살처럼 헤엄치게 했었어요
나는 송어인가, 낚시꾼인가, 나그네인가
아카시아향에 취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계단은
나를 낚시꾼이라 알려 주었어요
미끼에 매료되어 아름다운 덫을 만들고
송어의 입 안 깊이를 찌로 측정하는 기술을 익혔어요
노력한 만큼 세월은 노련해지는 거예요
불그스름한 노을의 속살에 흥미를 잃어 가고
창백한 새벽이 빈번한 빈혈로 주저앉을 때
내 낚싯대는 추도 없는
막대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낚시 바구니를 향해 눈길을 돌려봐요
송어 한 마리
내 입술은 낚시 고리에 감겨 있어요
길만 따라 걷던 그 나그네의 생각이 정답이
었을까
나는 오랜 세월
나를 낚아 올린 거였어요
<김은국 워싱턴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