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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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대나무

2024-01-30 (화) 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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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뭇가지를 붙들어
푸른 잎으로 물들이고 있다
늘 푸르다는 마음 하나로
겨울을 버티고 있는 숲의 바다

서쪽 하늘 아래 언덕에
선비처럼 홀로 서있는 소나무
바람이 흔들어 내는 소리로
누군가를 찾고 있다

바람소리는
나뭇잎을 기쁘게 하고
푸른 빛으로 빛나게 하고 있다
어떤 그림자를 보았을까
바람 앞에 다가온 사내의 모습
바라보고 있는 숲 속의 여인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부딪히는 파도 소리
잔잔한 나뭇잎을 흔들며 
소나무 앞에 다가선 여인
타오르는 사랑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가슴 비우는 소리를 내고 있다

소나무의 휘파람 소리는
여인의 슬픈 흔적을 지우며 
하얀 눈이 대나무에 내리고 있다
찬 바람이 지난 후 겨울 숲은
다시 고요하다

<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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