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막장 발광이 점점 더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새해 전국인민대의원 대회에서 한반도 영구분단, 교전대상 적국, 무력 점령론을 주장하더니 이틀 후 남한을 ‘동족'이 아니라고 극언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남한풍의 말과 글까지 단속 처벌하며 법령을 만들었다고 방송, 신문을 통해 발표했다. 남한의 주요 행사, 특히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그들은 민심교란, 좌파 및 진보세력을 돕거나 선동심리 공작을 자행해 있다.
이 달 중순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도 간단치 않은 징후가 느껴진다. 지난달 블라디보스톡에서 김정은과 푸틴이 만나 평양 방문, 무기 거래 등 교섭이 있었는데 갑작스런 최선희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은 최근 김정은의 전쟁 추진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6.25 동란 직전에도 김일성과 스탈린과의 빈번한 교신이 있었다. 김정은은 내외적으로 정권 존망 자체가 극도로 불안해지자 최후의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양상이다.
김정은이 일전불사 마각을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남한의 오류는 없었는지도 반추해 볼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한국은 자유당 이승만, 군사정권 박정희의 공화당, 신군부 전두환의 민정당 정권이 내걸었던 대북정책은 정치이념도 아닌 ‘북진통일’ ‘반공 제일주의’가 고작이었다. 통일을 주장하는 대학생들, 지식인들, 종교인들이 마구 ‘관제 빨갱이’로 끌려가 수난, 희생을 당했다.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박철언, 안병호 수방사령관 등 참모들이 민정이양과 소련과의 외교 정상화를 실현하여 겨우 대북관계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간의 정상회담이 성사 되는 듯 했으나 김일성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무산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7.4 공동성명에 버금가는 대북 ‘햇볕정책’을 기조로 하는 ‘남북 연방제’를 제안해 김정일과의 합의를 이끌어 냈고 드디어 평양을 방문,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었다.
그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만나 남북교류에 박차를 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그리고 평양 방문 등으로 교류의 폭을 넓히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조율이 서툴렀고 속절없는 대북 굴종 저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문 정부내 주체사상파(주사파)의 거침없는 친공 성향은 민심을 등 돌리게 했고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급격히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현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극우 보수주의다. 전혀 유연성이 없다. 북에서 총을 쓰면 끝까지 추격하여 응징하라는 윤 대통령의 언어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고 중국 등 해외 각국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단체들을 규합 지휘하던 선구자, 이회영 선생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일본 왜군들과 싸워 혁혁한 전공을 기록한 홍범도 장군도 육사 교정에서 흉상이 철거되는 수난을 당하고 있는 판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시 공작은 보수세력만을 결집시키려는 민족분열 정책이다. 한미방위조약이면 됐지 일본까지 끌어들여 군사연습을 하며 김정은의 정권 연장 책동 빌미를 제공하는 우(바보짓)를 범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무분별한 망동도 국가 혼란, 특히 남북관계 혼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재명은 지난 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 발언에서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연일 ‘전쟁’ 운운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 북한”이라니, 이재명 대표가 북측 대변인이 아닌지 혼란스럽다. ‘우리’라는 말은 자신이 북측 소속이며 선대(先代)라는 존칭은 북한의 백두혈통 세습주의를 추종한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북한은 KAL기 폭파, 아웅산 테러, 천안함 폭침, 목함지뢰 매설, 연평도 포격사건, 수많은 어선 나포, 탈북자 암살 등을 멈추지 않고 자행해 왔다. 선대들의 통일 노력을 존중해 달라는 이재명의 발언은 대북 아첨이다. 이재명은 800만달러 대북 불법송금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북 정권으로 부터 모종 내막폭로라도 나올까봐 우려하는 것인지, 응원해 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남북이 이토록 극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어찌된 셈인가. 수많은 보수 진보를 자처하는 단체들중 현 상황을 염려하고 남과 북의 자숙을 촉구하는 한 장의 성명서조차 보이지 않는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한반도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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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