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에게는 그 위기가 만성 간염이었다.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며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건강을 잃으면서 힘들게 얻은 모든 것을 읽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 흔들리지 않고 책을 집어 들었다.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의지와 희망을 품고 한 권 한 권 차분히 읽어나갔다. 그렇게 몇 년간 간절한 마음으로 읽은 책들은 지식과 지혜를 주었고 그의 내면을 강인하게 단련시켜 주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인생의 위기에도 상처받지 않고 잃는 것 없이 손정의 자신을 견고하게 지켜 나갈 수 있었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중에서)
“책 한 권으로 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일은 없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인생의 위기를 만나 긴장하면서 천천히 읽어내는 책 한 권은 인생을 바꾸고 도약하는 에너지가 되고도 남는다. 독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녀가 잘되고, 백성이 책을 읽으면 집단지성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다. 적어도 정신 차려 읽어낸 오래된 고전(古典)은 더욱 그러하다.
국가의 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군사의 힘이다. 둘째는 정신적 힘이다. 정신적 힘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견고하게 형성될 때 강한 정신적 힘이 산출된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집단지성의 힘이 가장 내밀한 나라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집단지성의 부흥은 도서관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누가 기원전 7세기에 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포로백성 유대인이 다시살아 돌아오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바빌론 강가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면서, 집단으로 경건의 신앙을 추구하며 내일의 회복을 간구하던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집단지혜를 보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한 자리에 앉아서 기도만 드리지 않았다. 당시 바빌로니아의 무역로를 따라 도시를 순회하면서 저명한 학술서적을 수집했다. 그 책을 모아 마을마다 도서관을 세웠다. 유배지의 유대인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세계 역사의 흐름을 분석했고, 토라를 읽으며 신본주의 신앙을 지켜나갔다.
기원 후 70년 이스라엘은 또 한 번 로마제국의 침공을 받았고 나라를 잃었다. 유대인은 다시 한 번 전 세계로 흩어졌고, 가는곳마다 회당과 도서관을 세웠다. 디아스포라의 흩어짐과 함께 이스라엘 민족은 자연스럽게 책의 민족이 되었고, 정복자를 향해 끝까지 저항 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엄청난 힘이 ‘책 사랑’에서 나왔다.
독서는 나 자신과 마주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거울이다. 맑고 투명한 독서를 통해 사람은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한다. 독서로 키워진 사람의 말과 글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당신의 삶이 흔들리는가. 세상의 모순을 안고 고민하는가. 책을 집어 들어라.
당신은 리더인가. 특별히 성경을 매일 읽어라. 시편은 말씀한다. “주의 계명이 항상 나와 함께 하므로 그것이 나로 원수보다 지혜롭게 하나이다. 주의 법도를 지키므로 나의 명철함이 노인보가 승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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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