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15일, 훨훨 타는 불길에 휩싸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과 목조 지붕을 보면서 파리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다들 참담한 심정에 사로잡혔었다. 이후 4년 넘게 복원 공사 중인 본당과 성가대 복원, 성당 내부 정리와 가구 재배치 등을 거쳐 내년 12월8일 일반에 다시 공개될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8일 복원 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본당 남측 예배당 7곳 중 6곳에 기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현대식 작품으로 교체하기위해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계의 반발 여론이 거센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은 대성당을 벗어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한다.
우리 눈에 익숙한 성당의 모습은 19세기 대표적인 중세건축물 복원가 비올레 르 뒤크( Viollet le duc)가 복원한 것으로 특히 1861년 남쪽 장미창을 완전 재건했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남쪽, 서쪽, 북쪽 3곳에 거대하고 화려한 장미창이 있다.
그 중 남쪽 장미창은 르 뒤크가 디자인 한 것으로 타원형 창에 빨간색 꽃잎 라인과 초록색 잎이 소박하고도 예쁘다. 지난 2019년 화마에도 든든하게 버텨낸 그야말로 역사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를 대성당 역사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한다고 한다.
오래전 파리에 갔을 때 가장 감격적인 곳이 바로 이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빅토르 위고는 800년이상 된 후기 고딕 양식 성당이 프랑스대혁명으로 훼손되자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1831년)를 썼다.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1956년작)에서 집시여성 에스메랄다(지나 롤로브리지다 분)를 짝사랑하는 종치기 곱추 콰지모도(안소니 퀸)’가 종을 치던 서쪽의 석조 종탑이 어디였을까를 추측하는 재미가 대단했었다. 소설과 영화의 인기는 성당 보호기금 모금운동으로 이어졌고 1845년 성당은 복원됐다.
예술품 복원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얻게 된 것은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1년)에서 이태리 피렌체로 유학 온 남자주인공 준세이를 통해서였다. 준세이는 이탈리아 화가 루도비코 치골리(1559~1613)가 1610년 완성한 그림을 복원했는데 어느 날 작품이 칼로 찢어진 채 발견된다.
그는 헤어진 첫사랑 이오이를 그리워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작품을 복원한다. 결국 그림이 완성되면서 그는 사랑도 되찾는다. 작품의 새로 태어남, 즉 부활이자 그 자신의 재생이었다.
밀라노에 사는 이오이 역시 준세이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는 장소가 산타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의 정원이다. 이 성당 안 벽 한면에 그려진 거대한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이다. 석고에 유채로 그려 레오나르도 그림 중 가장 손상이 심해 1977년 복원작업에 들어가 22년만에 완전 복원된 그림을 10여년 전 운좋게 직접 보았었다.
낡은 조각상을 청소하고 복원하는 일도 어렵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뿌옇게 변하는 그림을 복원하는 일은 상당히 섬세한 작업이다. 절대로 원작을 훼손하거나 변형하면 안된다. 원본 자체와 함께 작품의 의미, 작가의 의도도 읽어야 한다.
신간 박현택의 ‘박물관에서 서성이다’에 한국불교미술 대표작인 ‘금동반가사유상의 엄지발가락은 왜 휘어져있나’ 하는 내용이 있다. 금동반가사유상의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한껏 젖혀진 것은 당시 흙길을 맨발로 걸어다니던 승려들의 기형화된 발가락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또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 ‘뱃놀이’를 보면 양반과 기녀 세 쌍이 뱃놀이를 나온다. 두 쌍은 포옹하고 정담을 나누나 가운데 서있는 하얀 도포 차림의 사대부, 멀리 떨어져 뱃전에 앉은 기녀는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그가 입은 하얀색 도포는 상중에 뱃놀이를 나온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작품을 복원한다고 도포를 다른 색으로 해보라. 완전 작품을 버리고 말 것이다.
이처럼 전통문화유산에는 절대로 손대서는 안되는 진실이 있다.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술품을 복원한다면서 다른 재질이나 색상, 디자인을 첨삭하거나 현대적 기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21세기 스테인드글라스 사용을 제안했는지, 그야말로 깜짝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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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