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추수감사절 주간을 여느 감사절때와는 달리 원주민 인디언들 특히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왜냐하면 우리 한인(유색인)들이 이 땅에서 오늘날 이런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살 수 있게된 데는 그들의 땀과 피, 희생, 고통, 신념과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블랙 디아스포라의 괴로움을 담은 저항시 한편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 한인들도 ‘민족 정체성’을 인식하고 후손들에게 “미국에서의 나”를 확립하도록 이민역사를 가르치는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유할 시는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미국 문학사상 기념비적인 시를 쓴 흑인(혼혈)시인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 1902~1967)의 이란 시이다. 지면상 영문 원본은 생략한다.
“미국이 다시 그 미국이 되기를 / 예전의 꿈의 미국이었던 그 미국이 되기를 / 미국이 평야를 누비며, 자기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에 / 집을 짓는 개척자가 되기를. // (미국은 내게 한번도 미국인 적이 없네) //
미국이 꿈꾸는 자들이 꿈꿨던 그 꿈이 되기를 / 미국이 사랑으로 강력한 땅이 되기를 / 왕들이 계략을 꾸미거나, 독재자들이 모략을 하지않고, / 어떤 사람을 위해서 아래에 있는 사람을 부수지 않는 그 땅. //
(미국은 내게 한번도 미국인 적이 없네) // 오, 내 조국이 자유가 거짓된 애국의 왕관을 쓰고 있지 않은 나라가 되기를. // 기회는 실재하고, 삶은 자유로운,/ 우리가 숨쉬는 공기자체에 평등이 있는 나라. // (나에게 평등은 존재한 적이 없었고, 자유의 조국에서 자유를 느껴 본 적이 없었네) //
어둠속에서 중얼거리는 너는 누구냐? / 별빛을 베일로 가라는 너는 누구냐?” / 나는 속임수 당하고, 우리끼리 싸우게 만들어진 가난한 백인이다. / 나는 땅을 빼앗긴 원주민이다. / 나는 내가 찾는 희망을 움켜쥐고 있는 이민자다 / (중략) // 자유로운 자? / 자유로운 자가 누구인가? 나는 아닌데, / 확실히 나는 아닌데 ? / (중략) //
미국이 다시 미국이 되기를 / 그런 나라인 적이 한번도 없던 그 나라가 되기를 // 하지만, 존재해야 하는 -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그 나라 내 나라 - 가난한 자의, 인디안의, 흑인의, 나의 미국을 만든 사람들의 나라. //
그들의 땀과 피로, 그들의 신념과 고통으로, 용광로에서의 그들의 손과 / 빗속에서의 그들의 쟁이로 / 우리의 거대한 꿈을 다시 살려내야 하기때문에. // 그래, / 나는 똑바로 얘기한다. / 미국은 한 번도 내게 미국이었던 적이없다. /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맹세했다. / 미국은 존재할 것이라고.“ [Esquire지 1936년 7월호에 게재]
랭스턴 휴즈가 위대한 시인인 이유는 아일랜드, 영국, 폴란드, 아프리카 흑인 뿐만이 아닌 전세계의 핍박받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추수감사절 이틀 전에 할렘에 가서 ‘아서 스컴버그 센터’를 둘러보았다. 그를 기념하는 강당 로비의 중앙, 화장된 그의 유해를 덮은 그 바닥에는 “My soul has grown deep like the rivers”라는 문장이 새겨있었다.
그곳을 나와, 그가 거주했던 집을 관람한 후, 현관 앞 돌계단에 걸터 앉아, 오가는 흑인들을 바라보며, 백인보다 더 백인같이 흑인을 경멸하던 어느 한국인을 생각했다. “노랑 얼굴, 하얀 가면”? , 문득, 프란츠 파농의 “검은 얼굴, 하얀 가면“을 떠올렸다.
우리 한국인들은 아무런 근거없이 흑인들에 대한 혐오나 증오를 내면화 하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가 그들보다 월등하며 자신을 백인들과 동일시하고 백인들도 그리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있지나 않았었는지? 이 기회에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나의 유학시절, 1970년대 초만 해도 조지아주에서는 화장실이나 버스에도 ‘White Only’ 사인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었는데 그 후 30년도 채 않되어 흑인 대통령까지 나온 현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로 저항한 휴즈에 감사하며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희생과 투쟁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 감사절 주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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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민족문화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