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나의 의견] “아름다운 섬김의 동역자”

2023-11-17 (금)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크게 작게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우연치 않게 큰 어려움을 당하여 고통 속에 힘들어 하는 경우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 그러다가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이 역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도 있게 되는 수가 있다. 이럴 때 내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하여 사력을 다하여 나도 그를 도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난번 오피니언에 쓴 태국 어느 마을 가난한 소년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자 약을 훔치다 들켰을 때 이웃 식당아저씨가 약값을 치러준 일이 있었다. 30년 후 그 식당 아저씨가 중병이 들어 입원했는데 담당 주치의가 도움을 받았던 바로 그 소년으로 정성을 다해 치유시킨 이야기였다.

이번에 소개될 사연은 이 경우와는 달리 65년 전인 6.25 전쟁 중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사리 초등학교에 다니는 12세 소년 가장이 있었다. 주한 미군 AFKN 아나운서로 일하던 프랭크F 페이건이라는 분이 8년간 학비를 도와주고 영어 공부도 가르쳐주었다.


페이건 씨가 미국으로 돌아가 목회자가 되어 사역하고 있을 때 서로 편지도 주고받는 사이였다. 그 후 박씨는 성장하여 영어교사를 하다 은퇴하였고 페이건 씨는 2003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유족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니 고인에게 보답할 길도 없어진 것이다.

마침 지난해 5월 경상북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가 열리고 있었다. 박씨는 이곳을 찾아가 미국인(고) 프랭크F 페이건씨 이름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박씨가 어린 시절 1억 원 이상의 지원을 해준 아버지 같은 분이었기에 그의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다.

당신이 도와준 한국인이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것을 유족과 미국사회에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지만 고인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보태고 싶다 고 했다.

이런 사실이 미국신문에까지 보도됨으로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스토리인가! 참으로 숙연해진다.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