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미혼남성들이 묻는다. “목사님, 어떤 여자와 결혼하면 행복하겠습니까?”
나는 “밥 잘 먹고 속 편한 여자와 결혼하게.” 하고 대답한다.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하는 말이다. 밥 잘 먹는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뜻이고 속이 편하다는 것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은 평화로운 성심의 소유자를 가리킨다.
나는 잘 때 알약 두 알씩을 먹고 잔다. 수면제가 아니다. 설명서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이라고 적혀있다. 마음이 분주할 때는 어쩐지 편치 않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뭔가 바쁜 것 같은 심정이 된다. 그래서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로우면 그것이 행복이다.
예수는 “무거운 짐진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고 초청하셨다. 마음이 무거운 자 즉 마음의 평화를 느끼지 못하는 자를 가리킨다. 예수 믿는 이유 중 중요한 한가지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기도 시간에 그리고 다함께 찬송가를 부를 때 잔잔한 평화를 느낀다.
목사가 열변을 토하는 시간보다는 조용히 교회당에 눈을 감고 앉아있을 때가 평화를 실감하는 시간이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거룩함을 더욱 느끼게 하기 위하여 성전 안에 향을 피운다. 좋은 방법이다.
개미 중 불독 개미라는 것이 있는데 절반으로 갈라놓아도 갈린 두 쪽이 싸운다고 한다. 성미가 매우 사나운 개미여서 불독 개미란 이름이 붙었다.
사람도 끊임없이 스스로 싸운다. 역심이 있기 때문에 나쁜 마음과 양심의 싸움이 계속 되는 것이다.
바울 같은 성자도 스스로의 싸움을 한탄하면서 “아, 나는 괴로운 자로다, 누가 이 싸움에서 풀어줄까?” 하고 고민하였다. 그리고 그 해답을 그리스도 예수에게 두었던 것이다.
컴퓨터의 아버지라는 캠브릿지 대학의 찰스 바베이지 교수는 아주 이상한 병을 가지고 있었다. 소음공포증이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만 들려도 신경이 곤두섰다. 그래서 평생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었다.
정신면에서 사람을 누구나 소음 공포증이 있다.
시끄러운 소리에는 염증을 느낀다. 잔잔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쩐지 평화를 주기 때문이다.
교회당에 앉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드릴 때 어느듯 잔잔한 평화가 온다. 그런 점에서 예배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부흥 스타일 예배는 현대인에게 오히려 방해가 된다.
알래스카 연구의 권위자 제임스 마이크너 박사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으나 80세라는 늙은 몸으로 알래스카에 가서 강추위와 싸우며 빙산 연구, 북극의 생물 연구 등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 그의 저서 ‘ALASKA’ 는 권위가 있는 앨래스카 연구서적이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회고하였다.
“좀더 젊어서 알래스카에 갔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때는 마음의 평화가 없었다. 모든 것은 스스로의 마음이 평화로워야 큰 결심을 하게된다. 젊은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지만 젊어서는 마음의 진정한 평화가 없이 덤벙덤벙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큰일을 못한다.”
마음의 평화란 잔잔한 마음, 깊게 생각하는 마음, 여유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서둘지 말자, 걱정은 걱정을 부른다. 조급해하지 말자. 천천히 달리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넉넉하게 웃으며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고 웃으며 살아가자. 경쟁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껄껄 웃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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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