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 ‘빅 애플’ 뉴욕은 여러 면에서 세계의 수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드슨 강변을 따라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은 가히 환상적이다.
땅 위의 뉴욕은 이렇듯 다양하고 역동적이고 멋지지만 뉴욕의 땅 밑으로 들어가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하루 500만 명 이상의 뉴요커들이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은 한심할 정도로 낙후되어있다.
구식 형광등 조명으로 밝혀진 지하철역 구내는 어둡고 좁고 답답하다. 낮은 천정에는 각종 배관과 전선이 어지럽게 노출되어있고 바닥은 오래된 우중충한 타일들로 덮여있다. 통로와 승강장에는 여기 저기 노숙자들이 널부러져 잠을 자고있고 역 구내는 물론 열차 안에까지 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동차와 승강장을 가로막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동양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빈발하여 많은 동양인 여성들이 일면식도 없는 괴한에게 떠밀려 철길 위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고종황제 때인 1904년에 지어진 뉴욕 지하철 1호선은 당시 기계화된 건설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땅을 깊이 파고 철길을 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기에 건설된 1~3호선은 바로 땅 밑을 지나가고 있다. 그 후에 생긴 여러 노선들은 점차 땅 속 깊이 철로를 깔았기때문에 1, 2, 3호선에서 타노선으로 환승하려면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환승 안내 표지판은 역마다 표시방식이 제각각이라 알아보기 어려우며 열차 내의 안내방송은 영어로만 나오고 전광판 디스플레이도 없는 열차가 많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낡은 전동차는 진동과 소음이 심하다.
뉴욕 지하철보다 꼭 70년 늦게 1974년에 건설된 한국의 지하철은 어떠한가. 왕복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역 구내는 호텔 로비처럼 밝고 고급스럽고 깨끗하다.
승강장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환승 안내 표지도 누구나 알기쉽게 되어있다.
로선별로 칼러코드화 되어있기 때문에 벽에 그려진 안내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환승 열차 승강장에 당도한다. 냉난방이 잘된 열차 안은 쾌적하고 청결하며 안내방송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로 나오고 문자 전광판도 4개국어가 번갈아 디스플레이 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서 한번 놀라고 서울 지하철을 타보고는 두번 놀란다고 한다. 지하철에 관한 한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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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