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개월동안 나오는 한국 드라마의 많은 소재가 초능력(Super Power)과 타임슬립(time slip)이다. 이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뚜벅 뚜벅 걸어다니는 것이 시시하고 눈앞의 작은 현실에 연연하는 것이 우습게 보일 정도다.
예로써 ‘기적의 형제’,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어쩌다 마주친 그대’, ‘너의 시간 속으로’가 타임슬립 드라마라면 ‘경이로운 소문2’, ‘무빙’, ‘힙(Hip)하게’는 초능력자 드라마이다.
‘이번 생도..’는 19회차 인생을 사는 반지음이 18회차 때 만난 운명의 남자 서하를 찾아가 전생을 기억하는 저주를 끝낸다. ‘어쩌다...’는 2021년 현재를 사는 두 남녀가 1987년에 떨어진 채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잘못된 미래를 바꾼다.
‘기적의 형제’는 작가 지망생 육동주가 고물자동차를 몰고가다 한 소년과 부딪친다. 과거에서 온 소년의 가방에서 소설뭉치가 발견되고 육동주는 이 원고로 베스트 셀러작가가 된다. 소설 내용과 똑같은 연쇄살인이 이어지면서 잔인무도한 범죄자를 추적한다.
그리고 ‘너의 시간 속으로’는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 구연준이 보고싶은 준희는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죽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고등학생 남시헌을 만난다. 이후 현재와 과거를 수없이 오가는 드라마의 전개에 참을성 없는 독자는 1편과 마지막편만 보기도 한다.
한편 초능력자가 대거 등장하는 ‘경이로운 소문2’는 세상의 악귀를 물리치고자 무시무시한 괴력 주먹. 인간 레이더, 치유 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이 등장한다. ‘힙하게’는 35살 수의사 예분이 농장에서 소의 엉덩이를 만지는 순간 유성이 떨어지면서 초능력이 생긴다. 엉덩이를 만지면 그 사람의 지난날이 보이는 것, 마을에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초능력으로 범인을 찾는다.
‘무빙’에서는 구름 위를 날 수 있는 비행능력을 지닌 자, 머리에 총을 맞아도 상처가 치유되는 자, 월등한 오감을 지닌 자들이 나온다. 이 능력은 자녀들에게도 유전된다. 부모들은 초능력을 숨긴 채 치킨집, 돈까스집, 수퍼를 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으나 이들은 노출되고 만다. 초능력자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적과 맞서 싸워 이긴다.
사실, 우리는 모두 타임슬립하고 싶고 초능력자가 되고싶다. 조금만 더 미래로 가서 복권 추첨번호를 알아내어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 또 과거로 가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나 못다한 말을 다 풀어내고 싶고 잘못된 미래를 바꾸고 싶다. 하늘을 나는 초능력자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하늘 높이 날아 가고싶은 곳에 가고 순간이동하며 살고싶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초능력이란 그저 우리의 꿈일뿐이다.
20세기 중반, 시대의 요구에 따라 초능력자가 우수수 나온 적이 있다. 심지어 냉전 시기의 미국과 소련은 초능력을 군사 첩보전에 써먹으려 했다.
미군이 주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어 22명의 초능력자들을 보유했었다. 이들이 캐낸 정보가 일반인도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 실제 작전에 쓸만한 정보가 없자 1995년 프로젝트 폐기 당시 3명으로 줄었다.
1984년 초능력자 유리 겔라가 한국을 방문, TV 쇼에 등장하자 동네 꼬마들이 저마다 숟가락을 들고 다니며 부러뜨린다고 할 정도로 유행이었지만 결국 그는 사기꾼으로 밝혀졌다.
초능력자가 모두 정의롭고 공정하며 착한 사람이라는 보장이 없고 만일 그 초능력을 사리사욕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복수하는데 사용하는 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세상은 멸망의 길로 갈 것이다.
초능력이라는 것에 너무 구애되지 말자. 그저 남보다 힘이 세거나 여러 면에서 월등 강한 것이다.
요즘, 파괴적이고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설치는 것을 많이 본다. 이러한 자들부터 올바른 사회를 지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 바로 초능력자이다. 초인적인 노력과 용기, 어떤 외압에도 무너지지 않고 양심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소시민이라도 그런 사람이 초능력자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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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