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대거 2000년대 생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선수는 32개국 836명인데 이 중 2000년대 출생 선수가 130명에 이른다. 2000년대 생 보유 국가가 많은 순으로 가나 10명, 스페인 9명, 에콰도르 8명, 미국 8명, 코스타리카 7명 등이다.
네덜란드의 코디 각포,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 스페인의 파블로 가비, 아르헨티나 훌리안 알바레스 등 2000년대 생 선수들이 주력으로 뛰었고 한국도 2001년생 이강인이 가나전과 포르투갈 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란과 멕시코는 2000년대 생 선수를 보유하지 않은 팀인데 모두 조별 리그 통과에 실패했다며 교체의 흐름을 따르지 않아서 라고도 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19세~23세 떠오르는 Z세대 선수들이 첫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인 대회다.
2,000년에 태어난 아기는 ‘밀레니엄 베이비’, ‘즈믄동이’라고 불리었다. 우리는 이 2,000년을 끔찍하게 기억하고 있다. Y2K!, 밀레니엄 버그의 별칭으로 ‘Y’는 연도(Tear)의 첫 글자고 2는 2,000년의 2, 마지막 ’K’는 1,000을 뜻하는 킬로(Kilo)에서 비롯됐다.
Y2K는 새로운 희망의 천년을 앞두고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1900년대에 개발된 컴퓨터들이 연도를 마지막 두 자리로 표기하고 있어 2000년 1월1일을 기점으로 2000년대와 1900년대를 구분하지 못해 대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2000년 1월1일 0시가 되는 순간 컴퓨터, 통신 장비 등의 날짜 인식 기능이 마비돼 금융사고는 물론 비행기 운항, 원자력 발전소 등이 오작동 관련 이유로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식수에 비상식품을 구비하는 소동도 빚었다. 그러나, 2000년 1월1일 새날이 밝았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미래 속에서도 사람들은 새천년에 맞추어 ‘2000년생 아기’를 갖겠다는 열망이 앞서 밀레니엄 출산 붐이 일었다. 2000년대 전후 출생자들은 ‘모바일 세대(mobile)’,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혹은 마지막 알파벳을 붙여 ‘Z세대‘라 부른다.
2001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만들었고 2007년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선보였다. 2000년생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메시지, 샤핑, 금융, 음식주문, 최신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유튜브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되었다.
월드컵에서 젊은 피의 수혈 결과를 명백히 보여준 2000년대 생들, 이들의 앞날은 탄탄한 장밋빛 대로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삶이나 희로애락이 있다. 20대에 남들보다 앞섰다고 해서 그 삶이 모두 만족하고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인사회의 2,000년대 생을 떠올려본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했던 시절을 상징하는 해가 2,000년이다. 클린턴 대통령(1993~2001)의 임기말 시기로 경제성장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온 2,000년대 생들, 보통 20대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꿈과 현실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같은 2000년도 생은 월드컵 무대에 섰는데 자신은 능력도, 이룬 것도 없다고 미리부터 실망할 것 없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시기다. 자기계발과 창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인 당신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꿈의 크기에는 크고 작고가 없다. 행복의 크기도 크고 작고가 없다. 대단치 않은 꿈이면 어떤가.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가. 열심히 노력하는 당신, 충분히 아름답다.
굳이 2000년대 생만 그럴까. 낯선 땅에서 희망과 두려움을 갖고 시작한 이민생활, 수십년동안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키운 시니어들의 세월에는 기쁨, 절망, 고통이 골고루 있었을 것이다.
꿈과 희망을 갖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하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희망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다’ 고 시인 박노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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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