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석상오동(石上梧桐)’

2026-03-24 (화) 07: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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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거문고와 가야금 재료로 최고는 ’석상오동(石上梧桐)‘입니다. 돌 틈에서 자라다 말라죽은 오동나무(石上自古桐)입니다. 비옥한 땅에서 편안하게 잘 자란 오동나무가 아니라,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고난 속에서 힘든 환경을 이겨내며 자란 오동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나무질이 무른 보통의 오동나무와는 달리, 석상오동은 힘겨운 세월을 겪는 과정에서 나무가 촘촘하고 단단해져 강하고 깊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장인들은 그 석상오동을 켠 뒤에도 5년 동안이나 풍상(風霜) 속에서 말린 뒤에 비로소 거문고의 재료로 씁니다. (예병일의 ‘10년의 노트’중에서)

옻을 바이올린의 마감재로 사용한 바이올린 명장이 있다. 스트라디바리(Stradivari)다. 다른 사람이 만든 바이올린은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폐기 되었지만, 그가 만든 바이올린은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색이 변하지 않았다. 옻칠 때문이다. 악기에 금이 가거나 뒤틀림 현상은 큰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스트라디바리는 수 없는 실험을 반복했다. 마침내 스트라디바리는 상처받은 옻나무에서 흘러나온 유액을 바이올린 마감재로 쓰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음색이 변하지 않고 악기의 뒤틀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발견으로 그는 바이올린 명장(明匠)이 되었다.

고통의 눈물인 유액은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 속의 조개도 고통이 있을 때 유액을 배출한다. 연한 조개의 살 안으로 날카로운 모래알이 밀고 들어오면 조개는 말 할 수 없는 고통에 직면한다. 이때 조개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상처가 아물때 까지 조개의 유액인 나카(nacre)를 발출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카가 두껍게 쌓이면 매우 단단해지면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이 된다. 이것이 진주다. 진주는 광물성 보석과 사뭇 다르다. 진주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치열하게 고통과 시련을 견뎌내면서 만들어낸 살아 숨 쉬는 천연 보석이다.


곶감은 경남 산청에서 나오는 곶감을 최고로 친다. 곶감은 겨울 추운 바람에 말려서 만든다. 좋은 곶감을 만들려면 일교차가 큰 곳에서 말려야 한다. 지리산 산자락에 위치한 산청은 낮과 밤이 일교차가 아주 심한 곳이다. 밤에는 매섭게 추운 산바람이 불어와 감을 꽁꽁 얼린다. 그리고 낮이 되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얼어붙은 감을 스르르 녹인다. 이런 과정을 4주 동안 반복하면 감이 서서히 마르면서 과질이 부드럽고 당도와 향기가 가득 밴 명품 곶감이 된다. 같은 시금치도 여름보다 겨울 시금치가 더 담백하고 영양분이 많다. 시련과 고난을 거치면서 영양분의 안으로 응축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영혼과 인격에도 무게가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처럼 가벼운 영혼과 인격이 있고, 설상한파를 참아내면서 성장한 오동나무같은 영혼과 인격이 있다. 오비디우스(Ovidius)는 말했다. “풍요로움이 나의 영혼을 빈곤하게 만든다.”

욥은 사단의 시험을 다 이긴 후에 고백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폴 투르니에는 말했다. “고통은 그 자체로는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련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깃털 같은 존재의 가벼움을 버려라. 고난 속에서 단련된 욥처럼, 무게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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