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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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 ‘초협력’

2021-12-27 (월)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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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우리가 지닌 언어와 도덕, 종교, 민주주의 등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창발시킨 가장 중요한 힘으로 ‘초협력의 법칙’을 천명한다.

오늘날 지구촌 정치, 경제 질서의 붕괴위기를 극복하고 공유지의 비극으로 대표되는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가 초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신이 뼛속까지 가득한 이기적 인간이 과연 초협력 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로저 하이필드의 ‘초협력자’ 중에서)

한여름 밤의 넓은 숲을 별빛처럼 밝히는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발산하는 초록빛 군무(群舞)는 장관이다.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한 몸을 이룬 반딧불이의 집단 안에 어떤 탁월한 지도자나 비범한 지능이 있는가. 반딧불이의 집단행동은 지능, 리더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거기에는 어떤 스타도 없다. 오직 초협력이 있을 뿐이다.


한 여름 해 질 저녁 무렵에 시작하는 숲속의 개구리의 합창도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한 마리가 ‘개골’하는 순간 대 합창은 시작된다. 수백 마리의 개구리가 일사불란하게, 서로 뒤질 새라 경쟁적으로 울어댄다. 어느 순간 누군가가 딱 멈추면 거짓말 같이 모두가 뚝! 멈춘다. 사람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놀라운 합력이요 혼연일체다.

반딧불이와 개구리는 스스로를 조직화한다. 숙련된 지휘자도 필요 없고, 더 힘 있는 자의 통제도 필요 없다. 이들은 동조와 자발적 협력정신에 의해서 움직이고 일사불란한 보조를 맞춰 나간다. 이들은 초협력(super cooperation)을 통해서 어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탁월한 자기조직화를 이룬다.

초협력의 법칙은 물질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적 세계에도 초협력의 법칙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지만 변형의 소망을 지닌 인간의 영과 하나님의 성령이 연합하면 상상하지 못한 영적 현상이 산출된다.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이 바로 하나님의 영이 인간의 영안으로 침투함으로 발생한 초자연적 기적의 현장이었다.

20세기는 한 두 사람의 영웅이나 스타가 빛을 발하는 시대였다. 21세기는 다르다. 지금은 모세, 느헤미야, 바울처럼 흩어진 군중의 정신을 초자연적 질서 안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초협력형 리더가 빛을 발하는 시대다. ‘협력의 힘’의 저자 로드 와그너는 말했다.
“우주선에 함께 탄 승무원처럼 공동 운명체가 되어 공동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라. 서로 형제자매처럼 되라. 형제애는 큰일을 이룬다.”

<김창만/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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