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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패트릭 무어

2021-12-09 (목)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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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4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나는 왜 그린피스를 떠났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캐나다의 생태학자 겸 환경운동가 패트릭 무어는 기고문에서 “그린피스가 과학적 객관성을 잃고 정치 활동가들만 남은 조직으로 변질됐다”며 자신의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린피스가 초기에는 핵물리학과 해양생물학 등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두고 핵실험, 포경 반대 활동을 펼쳤지만 지금은 극단주의와 정치적 동기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나다 국적의 무어는 한때 핵 발전 반대운동으로 명성을 얻은 환경운동가였다. 그는 1971년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핵 실험을 막기 위해 ‘그린피스’라고 새긴 낚싯배를 타고 해상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는 녹색의 지구와 평화를 결합한 말이다. 핵실험 반대 시위를 계기로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세워졌고 무어는 밥 헌터와 함께 공동 창설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그린피스 초창기에 시설 점거 등 열렬한 활동으로 몇 차례 구속되기도 했다.


무어는 ‘염소(chlorine) 투입 반대 운동’을 그린피스의 비과학적 행태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식용수에 염소를 첨가함으로써 공중보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막연한 거부감에 사로잡혀 반대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무어는 1986년 강경 투쟁에 회의를 느껴 그린피스에서 탈퇴한 데 이어 1991년 환경자문기관인 ‘그린스피리트 스트래티지’를 설립해 원자력 전도사로 변신했다.

무어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탈 원전은 주식 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다”고 비판했다.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 사용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그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원자력발전 없이 재생에너지로만 대체한다는 것은 심각한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도 세계 추세와 거꾸로 가는 ‘환경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원전을 포함하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펴야 한다.

<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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