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1달 여 밖에 남지 않았다. 다다음주 추수감사절과 연말 크리스마스 등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다가오니 신날 법도 하지만, 사실 지난 몇 주 간 나는 늘어난 업무량과 업무강도에 번아웃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일년에 두 번 업무 평가를 한다. 1월부터 6월까지의 평가는 7월에, 6월부터 12월까지의 평가는 그 다음해 1월에 이뤄진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가 특히 더 바쁜 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게 자리를 비우는 연말 휴가 시즌 전에 중요한 일들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퍼포먼스, 즉 고과는 나와 같은 직급의 다른 동료들과의 상대평가로 결정된다. 그런데 상대평가라는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직급별로 요구되는 업무 성과 기대치의 기본값 자체가 매우 높아서 무난한 고과를 받는 것 조차 꽤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이 성과라는게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 지는게 아니다보니 최근 평일 저녁시간이나 심지어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일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번아웃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할 일은 쌓이는데 일의 진척은 더디고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조급한 마음으로 일하다보니 집중력은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니 결과물을 내기위해 들어가는 시간이 하릴없이 늘어갔다. 일하는 시간이 늘다보니 독서나 산책 등 취미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시기적절하게 풀어 주지 못 하니 만성피로가 느껴졌다.
사실 객관적으로 내가 남들보다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일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평상시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번아웃이 온 게 아닐까. 그래서 최근 소소하게 몇 가지 변화를 주었고 그 중 두 가지를 공유해본다.
첫번째는 일의 의미 찾기이다. 최근 유투브에서 본 영상에서 정신의학과 카운셀러가 말하길 모든 이들의 삶에는 고통이 동반하는데, 내가 살아가는 목표와 의미를 분명히 함으로써 내 삶이 무료하지 않고 내가 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에 있어서도 그저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하는 것보다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떤 것을 이룰 수 있고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진행하고 있는 일들과 내 개인적인 성장을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았다.
두번째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이다. 사람마다 집중력 자체도 다르겠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의 길이도 다르다. 나의 경우 한 시간 이상 길게 앉아 있으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미팅이 없이 집중해서 글을 읽거나 쓸 때 ‘뽀모도로 시계‘ 라는 타이머 어플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어플은 내가 일을 시작할 때 타이머 버튼을 클릭하면 25분 후에 알람이 울리고 타이머가 꺼진다. 내가 의식적으로 타이머 버튼을 달칵 누르는 행위 자체도 집중력을 높여주고 25분이라는 시간도 짧게 느껴져서 나름 효과를 보았다.
지쳐있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자각하고 나에게 맞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다보니, 최근 엉킨 실타래 같던 기분이 덜해지고 막혀 있던 일들도 조금씩 진전을 보였다. 연말까지 해야하는 일들이 줄어들거나 나의 일처리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게 아니기에, 한동안은 여전히 번아웃의 위험이 노출되어 있겠지만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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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