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님 걱정

2022-05-07 (토)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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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한국에 가셨다. 코로나도 이제 한풀 꺾이는 것 같고 아빠가 한국일보 마라톤대회에서 한국행 왕복 항공권에 당첨되어 두 분이서 3주 일정으로 떠나셨다.

가기 전날까지 큰딸인 내가 더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엄마의 항공권 결제부터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예약, 한국 내 숙소 예약까지 준비 과정이 복잡했다. 작년 가을에 딸아이와 남편이랑 갔을 때와는 또 절차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메일만 겨우 체크할 줄 아시는 부모님께 e-ticket에 대해 설명드리고 한국 내 숙소는 예전 살던 동네 근처로 잡아 드렸다. 핸드폰은 한국에서 유심칩을 사서 사용하면 되는데 그러려면 언락폰이어야 돼서 그 부분도 통신사에 전화해 미리 확인해드렸다.

비행기 탑승 48시간 전에 받아야 하는 코로나 검사도 혹시 몰라 두 군데에 예약해두고 정해진 시간에 가시라고 했다. 다행히 둘 다 제시간에 검사 결과가 나오긴 했는데 한 군데에서는 검사를 잘못했는지 결과 자체가 나오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었다. 두 군데에 예약 해두길 천만다행이었다.


오랜만에 고국에 가는 길이니 친지들 선물도 준비해야 했다. 한국에 있을 것 다 있으니 무겁게 짐 들고 가시지 마시고 어르신들 영양제나 조금 챙겨 가시라고 했다. 조카들은 용돈이 더 반가울 것이라고 귀띔해드렸다.

내가 한국에서 사용하던 교통카드를 겸한 체크카드를 드리고 편하게 쓰시라고 했다. 가신 김에 두 분 다 건강검진도 받으시라고 용돈도 따로 챙겨 드렸다. 지난번 고국 방문 때는 영주권 카드를 빠뜨려 되돌아올 때 애를 먹었기에 이번엔 빠뜨린 것이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해댔다.

남동생이 공항까지 모셔다 드린 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준비해 간 서류 등이 부족함이 없었는지 한 시간 후 비행기에 잘 탔다고 가족 채팅창에 두 분의 미소 띤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부모님 한국 보내드리는 일이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처럼 왜 이리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일까. 한국은 한국말도 통하고 생전 처음 가보는 곳도 아닌데 말이다. 엄마, 아빠가 나 처음 미국에 유학 보낼 때 심정이 이랬을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부모님 걱정을 내가 하고 있다.

부모님의 한국 여정은 즐거워 보인다. 여기서는 구경도 못하는 각종 봄나물에 싱싱한 회가 올라온 화려한 밥상들 사진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 채팅방에 올라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간간이 화상통화로 보이는 부모님의 표정이 밝다. 보고팠던 친지들도 보고 그리웠던 고향 땅을 밟으시니 좋으신가 보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선 딸아이가 “할비! 할미!”를 연신 찾아댄다.

어느덧 부모님 돌아오실 때가 다가온다. 한국에서 볼 일도 다 보시고 건강검진도 잘 받으셨다고 한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고 한다. 조부모님 산소도 다 둘러보셨다고 한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걸리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무탈하신 것 같다. 이제 무사귀환만 남았다.

마더스데이도 다가오니 이번에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에는 잔소리는 고이 접어 두고 예쁜 꽃다발을 안겨 드리며 맞아야겠다.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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