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한 끼에 담긴 진지함에 대하여
2021-10-22 (금)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누군가는 살기 위해서 먹고, 누군가는 먹기 위해서 살듯이 밥 한 끼가 지닌 의미는 삶 속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때우듯이 제대로 차려지지 않은 한 끼를 급히 먹는 소소한 식사에서부터 어떤 걸 먼저 먹어야 할지를 몰라 몇 접시를 그득그득 채우며 연실 화려한 뷔페 음식 사이를 돌거나 무한리필이라는 말처럼 더 먹지 못해 남기기까지 하는 호사스러운 한 끼도 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항상 식사를 통해 이야기를 한술 한술 담는다. 학창 시절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빈 도시락 가득 추억을 웃음을 채웠던 그리운 식사도 떠오른다. 밥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집밥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가족의 넉넉한 사랑을 떠올릴 수 있다. 집안의 어른이 수저를 들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식사와 같이 밥상머리 교육은 가장 기본적인 예절교육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다 큰 자식이랑 통화할 때조차 뭐 먹고 지내냐고 묻는 나를 보면 밥은 그저 따끈따끈한 사랑과 관심, 정서적 교감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무려 한국의 31.7%, 미국의 28%를 차지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식사는 영양과 맛이 고루 갖추어진 제대로 된 밥상문화보다는 편리한 일품요리나 배달음식, 외식 등으로 변모해 가고 있고 혼자 식사하는 혼밥의 시대가 되었다. 정서적인 교감 및 웃음과 대화가 밥상에 담기는 일이 드물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젠 불특정 사람이 함께 식사를 위해 만나는 어플도 등장했다.
어린 시절 윤기 좔좔 흐르고 달달하기까지 한 흰쌀밥은 부유함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백미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다양한 곡물을 넣은 잡곡밥이 고급 식사가 되어가고 있으니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 듯하다.
어떤 이에게는 부족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남아서 썩히거나 버리기까지 하는 우리의 먹거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와 상처를 점검해 봐야 한다. 부의 선순환이 불가능한 시대라면 적어도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우리의 먹거리, 한 끼 밥에 대해서는 모두 십시일반의 정신을 십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삶이 버거워진 어느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지닌 의미는 큰 격려이고 위로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우리 모두 갖고 내 주위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따뜻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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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