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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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고령화 사회, 축복인가

2021-09-24 (금)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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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환갑잔치라는 말은 비교적 건강한 몸으로 무병장수를 축하받는 자리처럼 인식되었지만, 기대수명이 연장된 지금은 환갑잔치는 이제 사라지고 백수를 누리는 노인분들도 더러 있을 정도가 되었다. 기대수명의 연장이 시니어로서의 기간이 연장된다는 점에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요인도 되고 있어서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회인구 구성에서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시니어들을 지탱할 사회구조적 시스템도 견고해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의 발달로 외모도 나이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도록 인위적인 시술이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장기, 특히 뇌와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는 여전히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 ‘더 파더’의 주인공이 앓고 있던 병 치매, 그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사고가 그대로 전달될 만큼 뒤죽박죽인 인지장애 질환, 치매라는 질병의 슬픈 단면을 마주하게 된다. 환자 본인 스스로도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주변 가족이나 지인들이 알던 한 인간의 정체성이 완전히 몰락한다는 비참한 현실은 마치 재앙처럼 느껴진다.


4초마다 1명씩 늘어나서 아마 2050년 즈음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까지 포함할 경우 어느 누구도 치매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요양원과 같은 외부시설에 맡겨 버리기에는 수용능력이 절대 부족하고 환자수를 감안하면 치매는 앞으로 흔한 질병(common disease)로 분류될 만큼 많아지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 내에서 치매 환자를 일반 환자처럼 격리가 아닌 보듬어 주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실종사건들이 한국 뉴스에 많이 보도되고 있다. 치매 환자들이 집을 찾아오고 있지 못하는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는 앞으로 ‘치매화 사회’라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알츠하이머를 정복하고자 하는 의학 부분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동체 전체적인 준비와 대응도 필요하다. 치매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몹쓸 병, 숨겨야 할 병, 나와는 무관한 병이 아닌 이제는 모두 나서서 함께 보듬고 사회가, 내가 함께 지고이고 가야 할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이라는 인식을 갖고 다양한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인식 개선의 노력과 마음의 준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미(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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