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스틸워터’ (Stillwater) ★★★½ (5개 만점)
▶ 부녀간의 관계를 다룬 가정 드라마에 다양한 장르의 속성을 지닌 범죄 스릴러
빌이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딸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오클라호마에서 부터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했다.
묵직한 체구의 맷 데이몬의 심지가 깊은 연기가 눈부신 요즘에 좀처럼 보기 드문 성인을 위한 작품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보면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복잡다단한 부녀간의 관계를 다룬 가정 드라마요 물 떠난 물고기의 문화충돌의 얘기이며 아울러 사건을 풀어나가는 범죄 수사 스릴러이자 자기 구원과 재생의 드라마로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속성을 지닌 플롯을 기민하게 풀어나가는 탐 맥카시 감독(공동 각본-그가 감독한 ‘스팟라이트’는 오스카 작품상을 탔다)의 튼튼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모든 것이 중후한 작품이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살인죄로 복역 중인 딸을 구원하기 위해 영육을 다 바쳐 가면서 이국땅을 헤매는 강인하고 과묵한 아버지의 얘기로 지난 2007년 이탈리아의 미국인 유학생 애만다 낙스가 동료 유학생을 살인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4년을 복역한 사실을 연상시킨다. 영화가 나오면서 낙스는 영화의 내용이 자기 얘기를 빌려다 쓴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클라호마 주의 스틸워터에 사는 빌 베이커(데이몬)는 막노동을 하는 전과자로 지금은 올바르게 사는 신심이 깊은 사람. 그는 붉은 피를 지닌 전형적인 미국인 노동자 서민이다. 빌의 딸 앨리슨(애비게일 브레슬린)은 프랑스 마르세유의 대학 유학생으로 자신의 아랍계 동성애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5년째 복역 중이다.
빌은 매년 앨리슨을 방문하지만 앨리슨은 험한 생활을 한 전과자 아버지를 별로 사랑하지도 또 믿지도 않는다. 빌이 다시 마르세유를 찾아오면서 딸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 이 단서를 바탕으로 딸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마르세유 거리를 헤집고 다니면서 영화의 근본 플롯이 전개된다.
프랑스어를 못 하는 빌을 도와주는 사람이 소품 연극배우인 비르지니(카미유 코탱). 그런데 빌은 비르지니를 만나기 전에 먼저 비르지니의 9세난 총명한 딸 마야(릴루 슬로보)를 알게 되면서 비르지니와 연결된다.
빌은 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마르세유에 장기 체류하는데 역시 막노동을 하면서 끈질기게 마르세유의 이 곳 저 곳을 헤집고 다니고 또 전직 형사 등 여러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영화의 중간 부분은 이런 빌이 비르지니의 아파트에 동거하면서 비르지니와 마야와 함께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는 감정 충만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가정 드라마로 모양을 바꾼다. 특히 빌은 마야와 깊은 부녀간의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는 이렇게 새 가정을 이루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빌은 비르지니의 도움으로 알아낸 앨리슨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법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사건 수사를 시도한다. 끝이 너무나 안이하게 마무리 되고 너무 긴 중간 부분이 다소 장황하지만 가슴 뭉클한 감동마저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영화를 혼자 어깨에 짊어지다 시피하고 이끌어 가는 데이몬의 다변한 무표정 연기가 단연 압도적이고 이에 못지않게 보기 좋은 것이 코탱과 슬로보의 아름다운 연기다. 특히 어린 슬로보의 도드라지는 연기가 돋보인다. 브레슬린도 잘한다. 상영시간 140분. 관람 등급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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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