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바하는 어떻게 음악의 아버지가 되었을까?
2021-07-16 (금)
박현지 (피아니스트)
우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로 알고 있다. 실제로 바하는 ‘아버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총 20명의 자녀들이 있었고, 그중 몇명의 아들들은 당시 유명한 음악인들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반면에 아버지 바하는 생전에 지금과 같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음악가들의 아버지’로 기억될 뿐이었다.
바하는 대가족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평생 50마일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오로지 작곡에만 매진했다. 주어진 삶에 언제나 성실함과 진심으로 임하며 수많은 곡을 남겼지만, 사후에 그의 악보는 극히 일부만이 음악 애호가들에 의해 보관되었을 뿐 ‘아버지 바하’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에 묻히는 듯했다. 그러다가 젊은 작곡가 멘델스존의 ‘마태 수난곡’ 연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바하는 100년만에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후 그의 음악에 대한 역사적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지금까지 1500여곡이 넘는 바하의 작품들이 발견되었다.
바하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그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많은 건반음악들을 탄생시키면서 기악음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건반음악의 탄생이 음악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전에는 성악이나 현악기처럼 완벽한 화음으로 연주를 해야 했다면, 바하의 건반음악들은 건반 하나하나에 적당한 음을 얹음으로써 ‘완벽한’ 화음 대신 ‘적당한’ 화음으로 곡이 연주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을 토대로 만든 곡들이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Well-tempered Clavier)이다. 이 곡집을 통해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12음계를 기본으로 하는 ‘다장조’ ‘다단조’의 개념이 정립되었고, 건반악기의 형태도 기존의 60개 건반에서 88개의 건반으로 확장되며 더 넓은 음역이 개발되었고 페달까지 추가되면서 현대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아름다운 소리로 개조되었다. 이로써 후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이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
이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1권의 프렐류드 1번이다. 이 곡은 나중에 작곡가 구노가 이 선율에 멜로디를 입혀 ‘아베 마리아’를 만들면서 더 유명해졌고, 광고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사용되면서 대중들에게도 가장 친숙한 곡이다. #PianistarHJ
<
박현지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