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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이들을 통해 사회의 불의와 불공정을 강렬히 비판

2021-06-2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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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태양의 아이들’(Sun Children) ★★★★ (5개 만점)

▶ 이란 혁명후 검열을 우회하기 위해 감상적 내용을 감정을 다독이면서 유머와 연민을 가득히 느끼는 작품

학대받는 아이들을 통해 사회의 불의와 불공정을 강렬히 비판

알리가 공동 묘지 지하에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해 땅굴을 파고 있다.

이란영화로선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아름다운 작품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1998)을 감독한 이란의 저명한 감독 마지드 마지디가 연출(공동 각본)한 역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네오 리얼리즘 형식의 좋은 영화다. 이란 혁명 후 나온 영화들 중 여러 편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사회 비판 영화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우회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영화도 착취당하고 학대 받는 불우한 아이들의 얘기를 통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노동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는 어린 아이들을 통해 이란 사회의 불의와 불공정을 강렬히 비판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아이들이 다 비 배우들로 거리의 아이들이어서 사실감이 가득하다. 감상적이 될 수 있는 내용을 감정을 다독여 가면서 차분하고 상냥하게 다루었는데 각박한 얘기이나 유머와함께 감독의 진지하고 연민 가득한 가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에는 전 세계에는 현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152만 명의 어린 아이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자막이 나온다.

영화는 처음에 12세난 거리의 소년 알리(루홀라 자마니)가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의 바퀴를 훔치다가 경비원에 들켜 도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총명하고 담대한 알리는 또래의 레자와 마만 그리고 이들보다 좀 어린 아프간 난민인 아볼파지의 리더로 이들은 다 좀도둑질이 직업이다. 그리고 알리는 아볼파지의 어린 누나로 전철 안에서 잡화를 파는 자라를 좋아한다.


어느 날 범죄단체의 두목이 알리에게 공동묘지 지하에 묻힌 보물을 가져오면 정신병원에 수용된 알리의 어머니를 퇴원시켜 알리와 함께 살 방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의한다. 이 보물을 찾으려면 공동묘지 곁에 있는 불우아동을 위한 ‘태양’학교의 지하로부터 땅굴을 파고 가야한다. 그래서 알리는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학교에 입학을 하려고 하나 사람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학교의 어려운 형편 때문에 교장으로부터 입학이 거절된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입학하려고 애를 쓰는 아이들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교감 라피(자바드 에자티). 알리와 라피의 관계가 아름답게 묘사된다.

일단 입학이 허락된 알리는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간다고 교실을 빠져 나온 뒤 학교 지하실의 창고로 가 바닥을 뚫고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이를 돕는 것이 알리의 세 친구들. 장시간 계속되는 이 땅굴 파는 장면은 마치 탈옥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분과 위험과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는 이와 함께 아프간 난민들의 참담한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철 안에서잡화를 팔다 단속원에게 붙잡혀 긴 머리를 삭발당한 자라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학교는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건물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는다.

알리를 돕던 세 명의 친구들이 모두 제 갈 길로 가면서(자라 가족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다) 알리는 혼자서 혼신의 힘을 써가며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땅굴을 파 마침내 목표 지점에 이른다. 보물(?)을 손에 쥔 알리의 절망적인 얼굴에 절실한 허무감이 감돈다. 학교는 문을 닫고 알리가 고장 난 벨을 고쳐 벨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카메라가 텅 빈 학교 건물을 후퇴하면서 천천히 보여준다. 아이들의 연기가 매우 사실적인데 특히 자마니가 의지와 독립심이 강한 모습을 단호하게 표현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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