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분위기·젊은이들의 소외감과 반항 담아
2021-06-11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네 멋대로 해라’ (Breathless·1960) ★★★★★(5개 만점)
미셀(왼쪽)과 신문을 파는 패트리샤가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있다.
장-뤽 고다르가 감독한 프랑스 영화계의 새 물결인 ‘누벨 바그’의 효시 적 영화 중 하나로 미 갱영화를 혁신적으로 살짝 비틀어 놓았다. 빠른 속도와 재즈 그리고 라울 쿠타르의 파리 시내를 흑백으로 찍은 로맨틱한 이미지와 장면 장면을 과감히 뛰어넘는 점프 컷 편집 등이 모두 경이로운 작품이다.
영화는 당시 시대사조인 실존주의 분위기와 함께 젊은이들의 소외감과 반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특성을 악동 같은 장-폴 벨몽도가 경쾌하게 보여준다. 그는 이 영화로 국제적 스타가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갱스터 역 단골이던 험프리 보가트를 숭배하는 미셸(벨몽도)이 마르세유에서 훔친 차를 타고 파리로 달리다가 따라오는 경찰을 총으로 쏴죽인다. 아무 가책도 없는 마치 아이들의 총 장난하는 듯한 살인이다.
파리에 도착한 미셸은 저널리스트 지망생인 미국인 애인 패트리샤(진 시버그)의 아파트에 숨는다. 미셸의 아기를 가진 패트리샤는 푼돈 벌이로 샹젤리제에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하며 신문을 판다. 그런데 다소 이기적이요 아직 한 남자에게 매이기엔 너무 젊은 패트리샤가 미셀을 배신하면서 미셸은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그러나 미셸에겐 죽는 것조차 사는 것처럼 별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즉흥적인 상영시간 87분짜리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벨몽도의 모습과 연기가 참으로 멋지다. 중절모를 쓰고 재킷에 넥타이 그리고 주름진 바지를 입은 그는 입술 끝에 담배를 물고 거푸 피워대는데 영화에서 그가 숭배하는 보가트는 골초로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벨몽도는 엄지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문질러대는 독특한 제스처를 쓰면서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데 아주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프랑솨 트뤼포의 ‘400 블로우즈’와 알랑 르네의 ‘히로시마 모 나무르’와 함께 ‘누벨 바그’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한 작품이다. 1983년에 리처드 기어와 발레리 카프리스키 주연의 동명 미국 판으로 만들어졌으나 원작에 훨씬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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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