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돌아갈래!!” 2000년에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에서 주인공 김영호(설경구 분)가 회한의 삶을 뒤로하고 자살하기 위해 달려오는 열차 앞에서 외치며 한 말이다. 자살 장면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영화는 김영호의 과거 삶으로 거슬러 오르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으로 여학생을 실수로 사살한 이후 죄책감과 좌절감에 찌들어 세상과 타협한 그의 삶을 보여준다. 김영호의 기억은 자살한 장소에서 1979년 가을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까지 보여준다. 순임(문소리 분)이 김영호에게 박하사탕을 건네고 김영호는 들꽃을 꺾어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표현한다. 아마도 김영호는 과거 자신의 순수했던 그 야유회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일까. 현실 세계에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직장인들은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31개국 직장인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결과 직장인의 73%는 재택근무 옵션은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는 직장인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1년 넘게 해온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갖고 있는 장점들, 예컨대 탄력적 근무시간 조정과 육아와 회사일 병행 가능 등 사무실 근무가 주지 못하는 혜택을 맛본 상태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좀더 안락한 주거환경을 위해 도시를 떠나 교외 지역으로 이주한 직장인도 상당수여서 출퇴근에 따른 교통체증과 스트레스를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심리적 요인도 사무실 복귀를 꺼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인의 재택근무 요구와는 달리 기업들은 사무실 복귀를 통해 정상화를 조기에 구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력 공급 업체 ‘라살 네트워크’가 미국 35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인력관리 부서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올해 가을까지 모든 직원을 사무실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직장인과 다시 돌아오라는 기업들의 입장 차이가 커 보인다. 재택근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퇴사까지 불사하겠다는 직장인도 나오고 있다. 깃랩사가 성인 3,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 선택이 없는 경우 이직이나 은퇴하겠다고 답한 직장인이 26%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복귀를 놓고 결정해야하는 직장인이나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는 직원의 마음을 돌려야하는 기업 모두 고민이 깊어지는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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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