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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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준령 속 탁트인 정상의 성취감

2021-04-30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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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Josephine Peak ( 5,558’)

고산준령 속 탁트인 정상의 성취감

정상에서의 동남쪽 풍경.

고산준령 속 탁트인 정상의 성취감

등산로 입구 정경.


고산준령 속 탁트인 정상의 성취감

정상에서 줌렌즈로 보는 LA Downtown 풍경.


목하 우리네 지구인들은 신형 COVID-19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충격적인 사태를 겪고 있다. 이 증세의 확산이 어디까지 미칠지 또 언제까지 지속될지 오리무중이니, 도대체 갑갑하고 두렵다. ‘이 역시, 결국은 다 지나 가리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다소나마 불안감을 달래고 있는 가운데, ‘Social Distancing’의 일환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의 영위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개인적 또는 사회적인 활동들이 대대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은 단체활동이 아닌 개인의 등산활동은, 보통 사람들이 많이 찾는 “Developed Recreational Area”가 아닌 곳은 아직은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 바, 원리상으로는 이러한 ‘역병’하에서는 각자가 자기 몸의 면역력을 최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즉, 그런 관점에서는 지금이야말로 개인 건강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한 등산활동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손오공이 근두운이라고 부르는 구름덩이를 불러 타고 한바탕 하늘을 멀리 날아가서, 높다랗게 솟은 다섯 뾰쪽 봉우리에 이르러서야, 자기가 이곳에 다녀간다는 표식으로 한자락 오줌을 싸댄 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날아 왔는데, 기실은, 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꼼지락거린 모양새였다는 서유기의 얘기가 떠오른다.

우리네 주말 등산객들이 이산 저산 나름대로 열심히 산행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이 LA의 북쪽 편에 동서로 68마일 길이에 걸쳐 큰 병풍인양 LA를 감싸고 있는 샌게브리얼산맥의 품안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기 십상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샌게브리얼 산맥에는, 시에라클럽의 Hundred Peaks Section에 등재되어 있는 해발고도 5000‘가 넘는 고봉들만도 66개가 되고 그 외에도 많은 계곡이나 산줄기들이 있어, 찾아 갈 곳들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이겠다.


이러한 고산들이 많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조국과 비교하여 본다면, 대한민국 9도 전체를 통 털어 이 기준에 맞는 산이 19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결국 우리 LA의 뒷동산격인 샌게브리얼 산맥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체보다 몇 배가 더 많은 고산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LA카운티나 오렌지카운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 샌게브리얼 산맥의 산들을 찾아 갈 때에는, 주로 La Canada에서 시작되는 SR-2(Angeles Crest Highway)를 따라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상례인데, 시가지를 막 벗어나서 산악지대로 들어서자마자,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고산준령들과 마주치게 되어 경이에 찬 감탄성이 절로 나게 된다.

특히 북쪽과 동쪽으로 거칠고 가파른 산줄기들이, 불과 몇 분 전에 지나온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도시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거대한 원시야생의 환경으로 온통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알라딘 램프의 노예가 나를 ‘아차!’ 하는 순간에 심산유곡의 별천지에 옮겨다 놓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별안간에 내 몸이 개미만 하게 축소되어 주위의 산들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식의 신비감을 가지게 된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뚫고 나가는 한줄기 도로를 달리며, 1956년에 전면 개통되었다는 이 SR-2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적잖은 환희심과 아울러 예전 사람들 - 주로 죄수들의 노동력으로 건설되었다고 함 - 에 대한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처음 5마일 정도를, 오른쪽 아래로 Arroyo Seco가 흐르는 계곡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길이 동쪽으로 크게 꺾이면서 산줄기에 줄곧 가려지던 왼쪽의 시야가 비로소 터지게 되고, 이때 처음으로 가까이에 발밑에서 머리까지 확연히 드러나는 거대한 덩치에, 우락부락한 골격까지 과시하고 있는 듯한 봉우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Josephine Peak이다.

Josephine이란 이 산의 이름은, 1894년에 이곳을 기준점으로 삼아 이 지역을 측량했던 USGS의 Surveyor 였고, 나중에는 SR-2도로의 계획수립에도 참여한 바 있는, Joseph Barlow Lippencott 가 자기의 아내에게 헌정함으로써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매우 남성적인 모양새의 산에 부드러운 어감을 주는 여성의 이름이라서 다소 덜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드나, 산 정상의 바로 아래까지 넓은 도로가 나있어 매우 편안한 걸음걸이로 주위의 좋은 전망을 잘 즐기며 여유롭게 산행을 할 수 있으니, 아마도 Josephine Lippencott 부인은, 겉으로는 매우 딱딱하고 괄괄한데, 속으로는 매우 알뜰하고 살뜰한 그런 여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는 것으로 마음속의 작은 갈등을 해소해 본다. 외유이면 내강이고 외강이면 내유인 것이 무릇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Josephine Peak을 오르는 일반적인 루트로는 SR-2 상의 아름다운 Colby Canyon Trail을 이용하는 왕복 8.6마일 거리의 코스와, Clear Creek에서 Josephine Peak Road를 이용하는 왕복 8마일의 코스를 들 수 있는데, 오늘은 보다 짧은 거리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선호도가 더 높은 후자의 코스를 안내코자 한다. 순등반고도는 1900‘이고, 왕복 약 5시간이 걸리는 무난한 코스이다.


I-210에서 SR-2(Angeles Crest Highway) Exit으로 나와 동쪽으로 9.5마일을 가면 Clear

가는 길

Creek Junction 이라 부르는 3거리(Mile-marker 33.8 지점)에 이른다. 직진하면 SR-2의 계속이나, 우리는 여기서 왼쪽으로 갈라져 시작되는 N-3(Angeles Forest Highway)로 회전하여 60m 쯤을 가면 오른쪽으로 비포장도로인 Josephine Peak Road의 입구가 나온다. 이곳이 등산로이다. 오른쪽의 공터에 주차한다. 만약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으면 60m 를 되돌아 나가서 3거리의 북쪽 코너의 널찍한 공터에 주차해도 괜찮다.

N-3 의 길 건너 서쪽 편에 있는 시설은 Clear Creek Fire Station 이다. 2009년에 발생하여 160,557 Acre(약 2억 평)의 산림을 태웠던 초대형 산불 ‘Station Fire’ 는, 이 Station 에서 Red Box쪽으로 불과 2마일정도의 가까운 거리인 Mile-marker 36 쯤의 지점에서 방화로 시작되어졌다고 하여, 명명된 이름이라고 한다.

등산코스

등산로 입구에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다. 이곳을 지나 계속 동쪽으로 0.1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저수탱크가 있고 여기서 0.3마일을 더 나아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180도 정도로 꺾어지고, 0.2마일을 더 가면 이제 왼쪽으로 180도가 꺾이어져, 결국 다시 동쪽을 향해 올라가게 된다.

개나리를 닮은 노란 꽃을 피우는데 그 꽃향기가 유난히 강렬해서 더욱 인상적인 식물인, Spanish Broom이 길섶에 밀생하고 있는 지점에 이르면, 북동쪽 앞으로 불과 1.5마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끝이 뾰쪽하면서 높은 봉우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상부위가 딸기의 모양을 닮았다는 Strawberry Peak(6164‘)이다. 그 오른쪽으로는 작지만 끝이 더욱 뾰쪽한 무명의 봉우리가 있고, 더 오른쪽으로는 약간 둥글고 부드러운 곡선의 Mt. Lawlor(5957’)가 있다.

동쪽으로는 전파송수신용 안테나들이 정상에 있어 식별이 쉬운 Mt. Disappointment(5960‘)를 비롯한 여러 산들이 보이는 등 첩첩한 산들의 자태가 곱고도 푸르다.

등산로 왼쪽으로는 한 개의 안테나가 꼭지에 세워져 있는 Josephine Peak(5558’)의 정상부위가 때때로 앞의 산줄기에 가려져, 우리가 나아감에 따라,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숨기를 되풀이 한다. 등산시작점에서 대략 1마일이 되는 지점에서 부터는 오르는 길의 방향이 완연히 북쪽으로 굽어진다. 잠시 후에는 길게 지그재그의 모양을 그리며 오르는데 대략 일곱 차례의 굴곡을 지나고 나면 길이 다시 곧게 펴진다. 방향은 여전히 계속 북쪽을 향해 올라간다.

2.5마일쯤의 지점에 올라서면 등산로가 왼쪽으로 바짝 꺾이게 되는데, 여기서 오른쪽인 동쪽을 잘 살펴보면 좁다란 갈림길이 그 쪽으로도 나있는 것을 알게 된다. Strawberry Saddle Trail 이다. 만약 이 Josephine Peak 의 산행을 SR-2 의 Colby Canyon Trail 을 이용하여 올라오는 경우에는, 이곳에서 0.5마일쯤 동쪽으로 들어간 지점의 Josephine Saddle 에서 이 Strawberry Saddle Trail과 만나게 된 이후에 다시 이곳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부연하자면, 만약 동쪽에 있는 이웃 봉우리인 Strawberry Peak의 산행을 Colby Canyon Trail에서 시작하는 경우에는 이 Josephine Saddle까지 2.3마일을 올라온 다음에, 동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1.6마일만 더 가면 Strawberry Peak의 정상에 이르게 된다. 단, 중간에 Chalky Buttress라고 부르는 다소 좁고 미끄러운 구간이 있고, 또 정상 바로 아래에서 Class 3의 암벽구간을 올라야 하므로, 등산용 Helmet의 착용이 바람직하다. 등산이 익숙치 않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은 이 구간의 산행은 삼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동서로 뻗은 Josephine Peak의 남쪽 밑에서 시작하여 북쪽의 능선을 향해 올라오는 양상이었다고 한다면, 여기서부터는 능선의 북쪽 면을 따라 서쪽으로 정상을 향해 완만하게 나아가는 형국이 된다.

3.2마일쯤의 지점에 이르면 다시 왼쪽으로 바짝 꺾이고, 3.4마일에 이르면 다시 한번 180도로 바짝 꺾이어 다시 서쪽으로 나아간다. 이윽고 3.8마일에 이르면 또 왼쪽으로 꺾어지며, Josephine Peak 의 정상부를 서에서 남으로 또 북으로 한 바퀴를 둥글게 돌아서, 드디어 최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마침내 4마일의 전 구간을 올라 온 것이다.

원래 이곳 정상에는 1937년부터 1976년까지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어 있었다는데, 이제는 그 흔적으로 보이는 주춧돌들만 남아 있을 뿐이고, 전파 송수신용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안테나 한 쌍이 외로이 서있을 뿐이다.

나름대로 힘들여 오른 정상에서의 성취감과 함께 동서남북 사방팔방의 뛰어난 경치를 보는 감회를 기록할 수 있게 하는 Summit Register 가 비치되어 있으니,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시상 아닌 어설픈 상념이나마 다듬어 봄도 등산객이 누리는 작은 풍류가 아닐까 싶다.

동으로는 Strawberry(6164‘), Lawlor(5957’), Disappointment(5960‘), Deception(5796’), San Gabriel(6161’), Waterman(8038’), Twin Peaks(7761‘) 등을, 서로는 Big Tujunga Canyon 과 그 주변의 Lukens(5074’), Fox(5033‘), Condor(5440’) 등을 볼 수 있으며, 남으로는,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태평양을 식별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북으로는 Gleason(6520‘), Granite(6600’), Pacifico(7124‘) 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명무명의 그만그만한 봉우리와 구릉지들이 벌집인양 촘촘하여, 일종의 소규모 ‘만학천봉’의 경개를 보여준다.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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