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Iron Mountain ( 8,007’)
등산중에 돌아본 험준한 산세.
가까이에서 본 Iron Mountain의 최정상부.
하산중인 등산인들.
우리 LA에 접해있는 Angeles 국유림에는 Iron Mountain이라는 이름으로 등산인들에게 알려진 산이 3개가 있다. 그러므로 Sierra Club에서는 이들 3개의 산에 각기 번호를 부여하여 구분한다.
Iron Mountain #3(5040’)는 Angeles Forest Highway(N-3)의 동쪽이면서 Mt. Pacifico(7124’)의 남쪽 5마일쯤에 위치하고 있는 산을 지칭하고, Iron Mountain #2(5635’)는 Mt. Lukens(5074’)의 북쪽 5마일쯤이면서 N-3 의 서쪽이며 Mt. Gleason(6520’)의 남쪽 5마일쯤에 위치하는 산을 의미하며, Iron Mountain #1(8007’)은 Mt. Baldy(10064’)의 서쪽 5마일쯤이면서 San Gabriel River의 East Fork에 있는 Heaton Flats에서 북쪽으로 5마일쯤의 거리에 있는 산을 말한다.
이 가운데 Iron Mountain #1은 비록 그 고도는 Mt. Baldy에 비해 2057’ 가 낮은 8007’ 의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고 또 내려오기 위해서 걸어야 하는 순등반고도가 7200’가 되고, 등반거리도 왕복 14.6마일이 된다. 이를 Angeles국유림의 제1봉인 Mt. Baldy의 등산과 견주어 본다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Manker Flats(6160’)에서 시작하여 Ski Hut을 지나는 Baldy Bowl Trail 일 경우에, 순등반고도 3940’, 등반거리 왕복 8.5마일이 되어, Iron Mountain #1의 산행강도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Sierra Club에서는 이 Iron Mountain #1을, 오르기가 어렵다는 의미를 담아 ‘Big Iron’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Big Iron을 오르기 위해서는 몇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우선은 산행도중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데가 없고, 그늘이 별로 없는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내리는 10~13시간 쯤의 힘든 산행이 될 것이므로, 미리 충분한 물(4~6 리터)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예상했던 것 보다 산행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야간에 하산을 하게될 경우에 대비하여 반드시 새 배터리의 헤드램프를 지참해야 하고, 급경사 구간의 등하산시에 특히 요긴하게 사용될 Trekking Pole을 지참해야 한다.
또 등산로 주변에 그늘이 별로 없으니 뜨거운 여름철의 산행은 피하는 것이 좋겠고, 자칫하면 미끄러질만한 구간도 있으니 눈이 쌓여있는 시기에는 산행을 삼가는 게 옳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산행을 아주 이른 새벽에, 가능하면 일출시각보다 두서너시간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이다. 정상에 올라서게 되는 시각이 오전 11시 이전이 된다면 햇볕이 한창 뜨거운 시각에 산을 오르는 고역을 피할 수 있고, 고산에서 흔히 겪는 ‘오후의 기상악화’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함은 물론, 일몰이 되기전에 여유롭게 하산을 마치게 되어 훨씬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이 지역에 들어왔던 백인광부들은 이곳에 Bighorn Sheep들이 무리를 이루어 살고있다고 하여 이 산을 Sheep Mountain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 후 1890년대에 미 정부에서 지질조사를 하며 지도를 만들때 이 산에 Iron Mountain 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고 한다.
광석을 채굴키 위한 옛 사람들의 눈에는 산위에 떼를 지어 살고있는 산양들이 특히 인상적으로 보인 반면에 훗날의 지질조사와 지도제작을 맡은 공무원들의 눈에는 땅속에 들어있는 광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었나 본데, 이는 아마도 지질조사를 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특성이었기에 투철한 직업의식의 발로에서 그랬나 보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산 주변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Wilderness의 정식명칭은 광물자원보다는 생명자원에 대한 관심이 우선적이어서일까, ‘Sheep Mountain Wilderness’로 되어있다. 다행히 아직은 이 산에 일군의 Bighorn Sheep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왕복 14.6마일에 순등반고도가 7200’(등산시 6600’, 하산시 600’)가 되며 왕복 10~13시간 정도를 잡아야하는 도전적인 힘든 산행이다.
가는 길210번 Freeway 의 Azusa Avenue( SR-39 )로 나와서 이 SR-39 를 따라 북쪽으로 12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큰 다리인 ‘East Fork Bridge’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서 중심도로인 East Fork Road를 따라 약 3마일을 가면 길이 두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로 직진하여 약 3마일을 더가면 길이 막히면서 오른쪽으로 화장실이 완비된 큰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 주차한다.
등산코스주차장 입구에 있는 무인 Kiosk에서 Self-serve입산허가증을 기입하여 휴대한다. 이곳 주차장에서 Heaton Flats에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는 대략 0.5마일의 거리가 되는데, 차량통제게이트를 지나 북동쪽으로 나있는 넓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화장실 건물과 Heaton Flats Trail( 8W16)입구임을 알리는 큰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등산로를 따라서 올라가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 산의 등산이 시작된다.
대략 처음 1마일 정도의 구간은 Iron Mountain으로 이어지는 첫 능선 위에 올라서기 위해 계곡을 불규칙적인 ‘S’자 형태로 휘돌며 나아간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북동쪽의 시야가 트이면서 Mt. Baldy 쪽으로 첩첩한 산줄기들을 보게된다.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가면 곧 Wilderness Sign이 있다. 길은 갈림길이 없이 한줄로 계속되어지므로 마음이 편하다. 걸어 오를수록 전후좌우의 전망이 넓어지면서 계속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케 된다.
Oak Tree, Manzanita, Chamise, Yerba Santa 등의 식물들이 푸르게 우거져 등산인들의 눈을 시원하게는 해주나, 그늘을 만들어주진 못한다. 봄철이라면 코스모스를 연상시키는 분홍빛 꽃을 무더기로 피우는 Prickly Phlox가 등산로 언저리를 아름답게 치장해 우리를 환영해주고, 가을에는 Oak Tree, Manzanita들이 낮은 가지에도 빠짐없이 알이 굵은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숲의 왕성한 정기를 자랑한다.
이 Iron Mountain의 등산은 해발고도 약 2000’의 저지에서 시작하여 8000’의 고지까지 오르는 것이므로, 이는 등산인의 입장에서는 등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맨 먼저 부각되어지는 것이지만, 그 외에 한가지 특징으로 6000’라는 광범한 고도차에 따른 다양한 고도대의 식물들을 두루 볼 수 있다는 점인데, Caterpillar Phacelia, Chia, Desert Bells, Wild Cucumber, Indian Paintbrush, Blue Dicks, Black Sage, Sage Brush, Monkey Flower, Mountain Mahogany, Chaparral Yucca, Ceanothus 등은 그러한 아름다운 식물들의 또 다른 예가 되겠다.
4개 정도의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며, 때로는 사위의 전망이 환히 뚫리고 때로는 전망이 가리는 길을 가다보면 등산인들이 Heliport라고 부르는 아담한 돌출 개활지(Plateau)에 이른다. 4.1마일 지점이며 야광물질이 부착된 플라스틱 표지(Reflector)가 돌위에 박혀있다.
이곳을 지나면 곧 등산로가 아래로 급히 내려가면서 Saddle에 내려서게 된다. 약 4.4마일을 온 지점으로 Allison Saddle(4580’)이다. 여기까지가 Heaton Flats Trail이고 Sheep Mountain Wilderness구역이다.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정규등산로는 여기에서 끝나게 되고, 여기부터는 단지 등산객들이 왕래하면서 생긴 ‘Use Trail’을 따라, 정상까지 약 3마일에 고도 3500’의 급경사면을 올라가야 한다.
이곳까지 옴으로써 산행거리상으로는 절반을 더 온 셈이지만, 산행소요시간이나 순등반고도의 관점에서는 아직 절반을 훨씬 못미친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본격적인 Iron Mountain다운 산행은 여기서부터인 셈이다.
Allison Saddle을 지나면서는 대체로 동북방향으로 뻗어오던 등산로가 이제부터는 거의 정북방향으로 굽어진다. 처음 10분정도는 경사가 급하고 흙이 부드럽고 물러 발걸음이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어서 Trekking Pole이 많은 도움이 된다.
산림청에서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인지 중간에 ‘Our Lord’s Candl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창처럼 끝이 날카롭고 긴 잎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무성한 Yucca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입산의 댓가로 살이 찔리는 아픔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가파른 흙비탈을 애써 오르고 나면 또 하나의 가파른 돌비탈이 시작되는 일이 다시 되풀이 되어진다. 가쁜 숨을 잠시 고르려해도 그 자리에 미끄러지지 않고 편히 서있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구간도 있다.
지치고 숨이 가쁠 때는 잠시 시선을 밖으로 돌려 주위의 전망을 보면서 ‘산행의 기쁨’을 음미해보자. 동북쪽으로 가까이 있는 웅장한 산군의 중심은 Mt. Baldy( 10064’ )이고, 서북쪽으로 웅장한 산군의 최고봉은 Mt. Baden Powell(9407’)이다. 뒤로 돌아서서 저 아래를 굽어 볼 때, 남서쪽으로 가장 높게 솟아 있는 뾰쪽봉은, 일부 등산인들이 ‘Little Iron Mountain’이라 애칭하는, Rattlesnake Peak(5826’)이다.
오르고 오르다가 이윽고 처음으로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곳에 다다르면 이는 대략 5마일을 온 지점이면서 해발고도가 5300’쯤 되는 곳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겨우(?) 2700’만 더 오르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위로가 된다. 5.8마일에는 소나무들이 제법 많이 서식하고 있다.
다시 이마의 땀을 닦으며 한참을 걷다보면, 제법 큰 Jeffrey Pine 두 그루가 머리를 맞대고 스크럼을 짜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약 6.2마일 지점이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면 마치 한국의 불교사찰에 들어갈때 맨 먼저 만나게 되는 일주문이 연상되어진다. 어느덧 6600’내외의 고도에 이른 것인데, 무릇 중생이 한량없는 윤회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 세간과, 온갖 번뇌와 윤회를 벗어난 부처와 보살이 고요히 머무는 출세간의 경계가 된다는 문이 일주문이라고 한다. 이곳 소나무를 지나 Iron Mountain 의 정상부에 다가가고 있는 이 순간을 깃점으로, 일체의 삿된 욕심과 속된 집착을 다 버리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리라’ 경건한 각오를 되새기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름새를 지속하고 있는 산줄기를 타고 정상부를 향해 나가다 보면 이윽고 좁은 능선위를 지나게 된다. 왼쪽 벼랑 아래로 보이는 거칠게 침식된 산자락의 기세가 아슬아슬하다. 삿된 마음을 아직도 못버린 이를 가려내어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려는 포락지형의 구간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아마도 7500’의 고도지점 쯤이 될것이다.
키가 낮아서 땅에 바짝 붙은 듯 자라나 있는 말 그대로 ‘형극의 길’이라 할 Buckthorn 밀생구간을 지난다. 정상에 오르려는 자의 마지막 시험이겠다. 여기서 정상은 10분이 채 안걸린다. 최정상에 임박한 구간은, 마치 대리석이 아닐까 싶게 반반한 넙적돌들이 가지런히 잘 정리된 길을 이루고 있어 신기하다. 끝까지 포기치 않고 한발 한발 걸어올라 드디어 정상에 오르게 된 영광의 등산인들을 환영하는 Nature’s Red Carpet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대략 50평 크기의 정상 바닥은 시골집 앞마당을 방불케 하는 매끈하게 평평한 환한 흙이다. 약 7.3마일에 순등반고도 6140’를 올라온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싹뚝 잘린 채 꼭두새벽부터의 힘든 산행에 동원된 기특한 몸들이, 어디라도 털썩 주저 앉아 푸근히 쉬게 하려는 천지신명의 자애가 드러나는 곳이라고 하겠다.
북쪽으로 Pine Mountain Ridge와 Blue Ridge가 바로 앞에 도열해 있고, 좌로는 Baden Powell, 우로는 Mt. Baldy가 한껏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일찌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자태이다. 이 두개의 큰 산들이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이 Iron Mountain의 사랑을 이끌어내려고 짐짓 몸치장을 새로하고, 서로가 숙명의 연적으로 팽팽한 긴장과 열정으로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서남북 원근고저 어디라도 산과 산줄기로 빽빽한데 어디를 보아도 다 아름답다.
한쪽 편에 자그맣게 쌓아놓은 돌무더기안에는 여러 권의 정상등록부가 들어있다. 나보다 앞서서 이곳에 올랐던 얼굴 모르는 많은 등산인들의 소감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또 내가 아는 이름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일도, 빼어난 사방의 전망을 보는 것 못지않게 풍류적인 흥취이고 무아지경에서의 휴식이 아닐까 싶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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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