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창] 식약동원(食藥同源)

2021-03-31 (수) 박희례 (한의대 교수)
크게 작게
음식이 보약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통해 인간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섭취하고 에너지를 얻게 된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우리에게 익숙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알고 보니 모두 보약이고 한약재였다. 기운이 없을 때 먹으라고 인삼과 황기를 넣고 삼계탕을 만들어주시거나 출산 후 피를 보충해주고 원기를 회복시킨다고 당귀, 천궁, 백작과 숙지황을 함께 넣고 끓여 주시기도 했다.

한의학에서는 음식과 한약의 뿌리가 같다고 한다. 한약재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참 대단하다고 자주 감탄하게 된다. 뒷산이나 들에서 쉽게 채취하거나 시장에서 사다가 나물로 무치거나 차로 끓여 먹던 열매, 나무 잎사귀, 나무 줄기나 뿌리들이 모두 훌륭한 약재라니 놀랍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하니 한국 야산이나 들에서 자란 산나물과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여기서 자란 것들이 신토불이가 아닐까?

서양의학이 한국에 전파되기 전에는 병이 나면 모두 한의사에게서 치료를 받았다. 과학적인 실험이나 연구는 없었지만 이천여년이 넘도록 실제로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 약제를 사용하고 효과가 있는 것은 후대로 전해져서 비방이 되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 크게 나눠 네 가지 다른 체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 형제간에도 체질이 다를 수가 있어서 어머니에게는 맞는 음식이 아들이나 딸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같은 밥상에서 같은 음식을 먹어도 한 사람은 두드러기나 설사가 나서 고생해도 다른 형제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체질이 달라서 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 중에 우려되는 것은 “내가 허리 아플 때 먹어서 나았는데 너도 허리 아프다고 하니 이 약을 먹어봐”라고 하시며 약을 나눠주는 어른들이 계신데 절대로 받아서 복용하면 안된다.

1950년대에는 흔치 않았던, 서양 의학을 공부하신 친정아버지께서는, 편식을 하지 말고 모든 음식을 소량으로 골고루 섭취하고 백번씩 씹어서 먹으라고 식사 때마다 강조하셨다. 그때는 왜 그렇게 입맛이 좋고 식탐이 많았는지 아버지 말씀을 이행하지 못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니 신경써서 소식(小食)도 하게 되고 천천히 먹고 있다.

<박희례 (한의대 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