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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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좋은 습관

2021-03-12 (금)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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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세살일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태어나 두살 때까지는 자아형성이 완전히 되지 않은 시기인데, 세살이 되면서 ‘나’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자아형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이때에 몸에 든 좋은 습관, 나쁜 습관이 평생을 간다는 것이 이 속담의 뜻이다.

첫째 큰아들 세찬이가 이번 주부터 프리스쿨을 다니기 시작했다. 재작년까지 일본어 랭귀지스쿨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6개월밖에 다니지 못했고 적응될 때쯤 코비드가 유행하게 되면서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항상 화상으로 일본어 수업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큰아들이 세살이 넘으면서 가방을 메고 온 집안을 누비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졸라대는 것이다. 자기가 스낵박스도 만들었다며 가방에 잔뜩 장난감을 넣어오기도 했다. 남편과 나는 프리스쿨을 보내기로 결심을 했고, 웨이트 리스트를 거쳐 드디어 연락을 받고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등교 첫날, 픽업을 하러 갔더니 선생님은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셨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어야 한다고 하고, 가방은 꼭 제자리에 두려고 하며, 조그만 일에도 ‘땡큐’라는 말을 잘 한다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때에는 눈을 잘 보고 말을 듣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어떤 말을 들었던 것보다 기뻤다. 큰아이가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아서 엄마로서 진심으로 기뻤다. 문득 세찬이가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세찬이의 엄마로서 너가 해야 할 일을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너가 세찬이를 평생 돌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평생 돌볼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세찬이가 혼자 우뚝 서고 한 사람의 성인으로 독립하여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좋은 습관과,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지 않았다. 아직 어린아이라고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좋은 습관을 위한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좋은 습관. 내가 우리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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